1화 아이들 잠자리에서 무너졌다.
싸우고 화해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며칠 전, 남편은 자기가 내 말을 오해해서
욱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더 잘못했었다고 말한다.
남편은 요새 사소 한 걸로 버럭 화를 잘 낸다.
나는 대체 왜 화를 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힘든 걸 참고 있었던 것 같다.
늦은 나이, 혼전임신으로 결혼하고
둘째 출산한 지 40일이 될 때까지
우린 정말 많이 싸웠다.
싸울수록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고
각자의 입장은 더 확고하져갔다.
이번싸움은 아이들과의 잠자리에서 시작되었다
남편은 첫째와 안방에서,
나는 둘째와 작은방에서 같이 잤다.
둘째 아이 새벽수유를 며칠 해보니
생각보다 아이가 조용히 잘 잤다.
둘째가 깨기 전에 내가 미리 반응하니
아이가 크게 울일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만큼 나는 깊게 못 자긴 했지만 말이다.
문제는 28개월 된 첫째 아이 었다.
병원에, 조리원에 엄마를 3주나 못 봤더니
지금은 엄마를 계속 찾고, 많이 찡찡거렸다.
자다가도 두세 번 새벽에 깨서
“엄마~ 엄마는 대체 어디 간 거야”
하며 오열하곤 했다.
거실에서 둘째 아이 새벽수유 하다가
안방에서 첫째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그대로 나는 안방으로 달려들어갔다.
둘째를 안고 턱으로 젖병을 잡고 말이다.
첫째 아이를 토닥거려 주고 나오기를 몇 번.
안쓰럽고 힘들어서 더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남편에게 첫째 둘째와 다 같이
패밀리침대에서 자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떨떠름해했었다.
근데 생각보다 둘째가 조용하다고
주말에 한번 해보고 안 되겠으면 말해주라고
내가 설득했다.
남편도 알겠다고 했었다.
주말이 돼서 첫째 아이를 재우고 거실로 나오니
남편이 갑자기 내일 자기가
둘째 아이 새벽수유를 해주겠다고 하였다.
내가 “오늘 우리 넷이 자기로 했는데?” 했더니
갑자기 버럭 화를 낸다.
“그럼 나보고 이틀이나 불편하게 자라는 거야?”
“아니 나는 당신 보고 새벽수유를 하라고 한 적이 없어.”
“내가 그동안 육아도 집안일도 많이 했는데
너무한 거 아냐? 가장 대우를 너무 안 해주는 거 아냐? “
엥?? 뭔 소리지 이게. 왜 이러지 이 사람.
“당신 취했어? 왜 그래.”
육퇴 후 혼술하고 있던 남편이 취해서 격해졌다 싶어
진정시키려 해도 계속 쏟아내었다.
나는 우리 며칠 전 얘기가 된 건데 왜 이러냐고 했다.
그러다 큰아이가 또 오열하며 잠에서 깼다.
내가 안방으로 달려 들어가며
싸움은 강제 종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첫째와 잠들어버렸다.
새벽에 젖몸살이 와서 오한에 떨어 잠에서 깨보니
결국 남편이 둘째 아이 새벽수유를 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남편은 피곤함과 짜증, 원망이 섞인 얼굴로
일어나 있었다.
나는 눈치 보며 둘째 아침수유를 했다.
새벽에 둘째가 몇 번 깼냐고 얼마나 먹었냐고 물었다. 남편은 내 질문에 아무 대답도 안 했다.
그냥 대놓고 나를 무시하였다.
나는 오늘 육아하려면 알아야 하니 말하라고 했다.
끝까지 무시했다.
그렇게 자리를 피하는 남편에게 나는 결국 터졌다.
못 가게 길을 막고 몸을 밀치며 엄청 화를 냈다.
자기를 때리는 거냐며 비아냥하는 남편을 보니
주말 육아를 혼자 할게 뻔해 보여서 더 막막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나 이사람이 뭐 때문에 화가 난 건지 모르겠는데
나 젖몸살도 와서 힘든데 오늘 육아도 안 할 거 같아.
나 좀 도와줘 나 힘들어. “
남편은 바로 시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지금 집으로 와달라고.
그렇게 싸움은 더 커졌다.
어른들에게 나는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내가 말을 하려고 하면
책을 읽어달라며 말을 못 하게 막아섰다.
결국 나는 입을 닫고 아무 말도 못 했다.
시어머님은 내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없으셨고
엄마는 나를 달래기만 했다.
조용히 나를 방으로 부른 엄마에게
나는 저 사람 성격을 감당할 수가 없다고
정말이지 그만두고 싶다고 울고
그런 나를 보며 우리 엄마도 울었다.
뒷수습은 내 몫이었다.
어색하게 결론도 없이 다 같이 있는 게 무의미했다.
양가 어머님들을 가시라고 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렇게 싸움은 종결되고
며칠간의 침묵이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