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로 흐르던 선율, 그 밤의 은하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아름다운 새벽송.

by 홍승표 승우담

​겨울밤의 공기는 유난히 투명했습니다. 까만 하늘에 박힌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던 성탄 전야. 우리는 두툼한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입김을 호호 불며 교회의 작은 뜰로 모여들었습니다.

​그 시절, 우리에게 성탄절은 단순히 휴일이 아니었습니다. 온 세상이 잠든 깊은 밤, 누군가의 집 문 앞까지 다가가 조심스레 노래의 선물을 배달하던 '새벽송'의 설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발밑에서 들리는 '뽀드득' 소리가 정적을 깨울까 봐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깁니다. 첫 번째 집 대문 앞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의 지휘에 맞춰 아주 낮은 목소리로 노래가 시작됩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차가운 겨울바람에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멜로디만큼은 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따뜻했습니다. 창틈으로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은 우리가 가져온 노래에 화답하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신호였습니다.


​문을 열면 펼쳐지는 온기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급히 대문이 열립니다.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나오신 집사님, 혹은 동네 어르신은 연신 "추운데 고생이 많다"며 우리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그분들의 손엔 미리 준비해 두신 귤 한 봉지, 따뜻한 베지밀, 혹은 정성껏 포장한 과자 꾸러미가 들려 있었습니다. 찬 바람에 빨개진 코와 손을 보며 안타까워하시던 그 눈빛 속에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마음과 이웃을 향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습니다.


​사라진 풍경, 남겨진 사랑

​이제는 보안 문이 앞을 가로막고, 소음 공해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 새벽송의 풍경은 전설처럼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눈 덮인 골목길을 누비며 불렀던 그 노래들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 '인생의 가장 따뜻한 성탄절'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축복하기 위해 단잠을 설쳤던 그 순수한 마음, 그리고 그 서툰 노래를 듣기 위해 밤새 기다려주던 그 넉넉한 마음들. 그것이야말로 성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진정한 선물이 아닐까요?

​오늘 밤, 눈을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봅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이 글이 당신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따뜻한 성탄의 기억을 깨우는 작은 선물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