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새로운 풍경 앞에서, 삶을 천천히 되돌아보다.

by 홍승표 승우담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이 문장을 쓰는 순간에도 낯선 도시의 공기 속에 서 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보다, 잠시 멈춰 서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오는 시간이다.


여행은 늘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새로움은 풍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익숙한 일상에서 미뤄두었던 생각들,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마음들이

낯선 길 위에서는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온다.


처음 보는 거리, 다른 언어의 소음,

익숙하지 않은 식사와 리듬 속에서

나는 오히려 가장 오래된 나를 만난다.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렇게 서둘렀는지,

무엇을 얻고 무엇을 놓치며 살아왔는지.


여행은 삶을 바꾸기보다

삶의 속도를 낮춰준다.

빠르게 판단하지 않아도 되고,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여백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천천히 되돌아본다.


어쩌면 여행이란

어디를 더 보러 가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묻지 못했던 질문을 다시 꺼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의 시간은 어떤 마음으로 걷고 싶은지.

이 여행은 곧 시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수천 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도시에서

나는 또 다른 풍경과 이야기를 만나게 되겠지만,

그에 앞서 이 글로

지금의 나를 조용히 남겨두고 싶었다.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그리고 이 여행은,

이미 나를 조금 다른 자리로 데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