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어쩔 건데~~
늦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주 정확히 말하면
“어, 이거… 많이 늦은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먼저 왔다.
이미 시작한 사람들은
달리고 있고,
나는 아직 신발 끈을 묶는 중이다.
그마저도 허리를 숙이니
“아이고” 소리가 먼저 나온다.
그래, 늦었다.
부정할 생각은 없다.
캘린더도 알고,
거울도 알고,
허리도 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보통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첫째, 한숨을 쉰다.
둘째, 포기한다.
셋째… 아니, 원래는 두 개인데
요즘 나는 세 번째를 고른다.
“그래서, 어쩔 건데?”
늦었으면
좀 늦게 가면 된다.
늦었으니
무리하지 말고 가면 된다.
어차피 빨리 가도
중간에 숨차서 쉰다.
젊을 때는
시작이 늦으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지금은 안다.
늦게 시작해도
인생은 잘만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오히려 늦게 시작하니
쓸데없는 열정은 줄고
괜한 허세도 빠졌다.
대신 계산기는 생겼고,
무릎 보호대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늦었다는 말은
사실 이런 뜻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진짜로 해볼 나이가 됐습니다.”
포기하기엔
아직 할 말이 많고,
시작하기엔
생각보다 괜찮은 오후다.
그러니 오늘도
조금 늦은 출발선에 서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늦었다고?
그래서 어쩔 건데.
나는
지금부터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