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이 반겨주는 산.
철쭉 피는 길, 흰구름 머무는 산
축령산 자락에 발을 디딜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고요한 물결이 인다. 도시의 소음과 무거운 일상은 산 아래에 두고, 나는 비로소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걷는다.
오르는 길가엔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분홍빛, 붉은빛 꽃잎들이 한 송이씩 햇살을 품고 춤을 춘다. 화려하지 않되 눈부신 그 모습에 나는 한참을 발길을 멈춘다. 이토록 조용한 아름다움 앞에서, 마음은 어느덧 맑아지고 투명해진다.
하늘 위로는 흰구름이 유유히 흐른다. 바람은 그것을 쫓지도 않고, 그저 함께 흐를 뿐이다. 나 또한 그 흐름에 기대어 천천히 숨을 고른다. 숨결 하나에도 자연의 리듬이 스며드는 축령산, 이곳에서 나는 세상의 속도를 잠시 잊는다.
산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그 품에 안겼다. 철쭉의 환한 얼굴을 바라보며 문득,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존재가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발길에 작은 위로가 되는 그런 삶 말이다.
오늘, 철쭉과 흰구름, 그리고 축령산은 내게 조용한 말을 건넨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 너는 지금 잘 걷고 있어.’ 그 한마디가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그리고 나는 미소 지으며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