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에 기울이며.
비 오는 날, 술 한 잔
비가 오면 잊고 지낸 얼굴이 떠오른다.
별일 없지?
혼잣말처럼 건네본다. 대답은 없다. 당연하지. 이젠 없으니까.
예전엔 참 많이 웃었지.
허름한 포장마차, 소주잔 몇 번 부딪히면 세상이 다 내 편 같았는데.
그땐 몰랐다. 웃음이 그렇게 귀한 거였는지.
지금은 혼자 마신다.
잔도 조용하고, 마음도 조용하다.
괜찮다. 익숙해졌으니까.
익숙해진다는 건, 좀 슬픈 일이지만 또 어른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더라.
창밖으로 빗물이 흐른다.
네가 흘리는 눈물은 아니겠지만,
내 마음엔 그런 착각이 가끔 위로가 된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잔을 채운다.
비 오는 날, 술 한 잔.
그거면, 그냥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