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림 그녀의 자궁은 쓰다 한입 베어 물면 진저리 치며 내뱉고 싶은 뜨거운 양수를 가진 여자 자궁벽에 씨앗 몰래 감추고 돌덩이처럼 단단해지기 위해 터지고 갈라진 맨살에 살아온 내력을 새겨놓은 속 무른 일생을 읽어본 적 있다 한때 노란 화관을 머리에 꽂고 연둣빛 아기집을 꿈꾸던 철없는 소녀 온몸에 잔가시 두르고 여린 덩굴손 조심스레 뻗어 담벼락을 기어올랐다 폭염에 영글어가는 씨앗을 품에 안은 노각 가려운 몸통 줄기에 비비며 단단해져라, 돌같이 딱딱해야만 엄마가 될 수 있다 두루뭉술 점점 불러가는 배를 내밀며 하늘, 바람, 흙에. 그저 순종하는 것만이 살길이라 믿었던 거칠고 누런 몸통에 칼날이 스치면 피눈물 쏟으며 지키고 싶던 자존심 하나 억세게 늙어가면서도 완강히 주름을 거부하는 여자 단 한 번이라도 그 누구의 여자이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