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 각 부처 장관들은 여러 가지 개혁과 혁신을 강조하는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정치, 사회, 경제, 안보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와 개혁을 보여주되, 서민과 약자를 위한 민생 안정을 위한 노력을 먼저 원한다.
지난해 출발한 새 정부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순항부터 순조롭지 않은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면 집안이 평화로워 모든 일이 잘 이뤄지고, 수신제가평천하(修身濟家治國平天下면 나라가 평화로워서 국민이 살기 좋고, 국민이 평화로워야 국가가 발전한다. 이제는 부질없는 정쟁(政爭)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민생(民生)부터 챙기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쟁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서로 비난하고 헐뜯는 정치 현실에 염증이 난다. 민생의 안정보다는 내년 총선을 앞둔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니 국민은 점점 피로도만 높아간다. 불안한 세계정세와 북한의 핵 위협 등과 맞물려 고금리, 고물가와 수시로 바뀌는 교육 정책 등으로 주부들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주부로서 정부에 바라는 5가지 소망을 든다면 그것은, 민생 안정과 양육, 경단녀 재취업, 자기 계발을 위한 기회 제공, 여성 인권 문제이다. 주부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이 거대한 포부와 대단한 요구사항도 아니다. 그저 먹고사는 일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는 평화로움이다. 그것이 민생이고, 민생을 이끌어주는 곳이 정부가 아닌가.
요즘엔 장보기가 겁날 정도로 비싼 식료품값은 물론, 전기요금, 도시가스료, 지하철 요금까지 줄이어 오르는 중이다. 그동안 치솟던 부동산 문제가 차차 자리를 잡아가고는 있지만, 이 또한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어지러운 현실이고,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거꾸로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주부로서 가장 힘든 일은 돈을 벌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다. 막상 경단녀가 되면 다니던 직장은 물론 마땅히 일할 곳이 없다. 그러니 선뜻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정부는 경단녀들에게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 자기 능력을 사회로 환원할 수 있도록 재취업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육부에서 올해부터 ‘초등늘봄교실’을 운용하여 저녁 8시까지 고학년까지 돌본다고 하니, 직장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양육 문제와 경단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
다음으로는 주부에게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을 원한다. 중년에 이른 여성은 가족만 생각하느라 자신의 정체성은 잃고 살다가 갱년기가 되면 현실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심리적 현상인 ‘공소 증후군(空巢 症候群)’과 ‘빈둥우리증후군’ 등으로 우울증을 겪기 쉽다. 일터에서 일하랴, 집에서 살림하랴, 양육하랴 바쁜 주부들은 주 중이든 주말이든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낼 수가 없다. 물론 노년기로 접어들어서 자녀들을 출가시킨 후에는 얼마든지 시간을 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그때는 건강이나 경제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20대에서 50대 여성들에게 그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과 기회를 국가에서 만들어 준다면 주부로서의 삶에 대한 성취감도 높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치매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요즘 노년기 삶의 질도 좋아지고 정신 건강도 좋을 것이다. 특히 현대인의 스트레스로 인해 40-50대의 초로기 치매는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한다.
다음은 여성 인권 문제다. 그동안 양성평등이니 성평등이니 정부에서 오랫동안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위한 정책과 캠페인을 해왔다. 여성에 대한 인권이 많이 좋아졌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면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큰 편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승진 기회가 적다든가, 중요 요직에는 대부분 남성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나 성폭행 혹은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여성의 차별이 여전하다.
‘주부(主婦)’는 한 집안의 살림살이를 도맡아서 하는 여자 주인이라는 뜻이지만, 요즘은 남자가 주부 역할을 맡기도 한다. 또한 요즘 주부는 살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 다니면서 육아를 맡고, 가정경제의 주역으로 1인 몇 역을 하고 있다. 주부라는 명칭 속에는 아내와 엄마, 며느리, 딸, 워킹맘, 전업주부 등 다양한 의미를 포함한다.
주부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족, 살림, 경제, 양육, 건강 등 주부 한 사람이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 너무도 무겁다. 더군다나 직업의 분류에서도 주부라는 직업은 없고, 주부는 그저 무직처럼 분류된다. 가정주부만큼 고된 업무량을 가진 직업도 없다. 이렇게 총체적 역할을 하는 주부의 직업은 어쩌면 N-잡러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전업주부는 호칭마저 누구누구 엄마, 누구누구 씨 아내, 아무개 할머니로 불린다. 직장에 다니든가 사회활동을 하면서 실명을 사용하지만, 집에서 살림하는 주부는 가족을 위한 당연한 호칭처럼 받아들인다. 직장 여성들은 거의 주부이면서 아내이고, 어머니거나 딸이고 며느리다.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남성에게도 직장 여성은 그들의 아내이고 어머니이고 딸이고 며느리나 마찬가지다. 여성 인권 회복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지만, 미래에도 정부에서 꾸준히 풀어야 할 문제점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5년마다 바뀌는 대통령에 따라 정책이 바뀌고, 새로운 정책에 따르는 국민은 빨리 적응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은 설왕설래도 난무하는 말들로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움을 겪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러 정책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지만, 국민을 위한 그리고 나라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잘 따르는 것 또한 국민이 할 일이다. 공직자와 기업, 소상인들, 자영업자들 역시 의식을 개선하고 정부의 혁신과 개혁에 잘 따라야 한다.
“다 같이 함께 잘 사는 나라,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주부의 역할이 매우 크다. 주부는 한 가정 안에서 해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아내를 ‘안해’에서 유래되었다는 말도 있다. 집안을 이끌어가는 집안의 태양과 같은 주부의 역할처럼, 나라 살림을 이끌어가는 정부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하다.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검은 토끼해인 계묘년 올해는 정부와 기업과 가정에서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베풂의 풍요로움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넉넉히 채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