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찬가

칠월은 뜨겁다

by 한상림

칠월 찬가(讚歌)


칠월은 뜨겁다. 태양도 민낯이고 싶어서 그토록 뜨겁고 정열적으로 농익은 사랑을 잉태하는 걸까? 논물도 점점 깊어지면서 한낮에는 그렁그렁 끓어 넘친다. 낟알을 매단 벼 포기들이 단단하게 새 살을 여미기 시작하면 고향 떠난 사람들은 잠 못 이루며 별을 헤아린다.

사람과 동. 식물 모두 다양한 끼가 넘쳐나는 열정적인 달이 바로 칠월이다. 한낮에는 산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다가 강물 속에 슬그머니 잠기면 강물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까지도 강물 속으로 빠져든다. 숲에서는 나무와 새들과 짐승들까지도 발정기가 되어 새끼를 부화하고 꽃을 피우고 씨앗을 잉태하면서 온갖 생동감으로 가득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칠월이 되면 주체할 수 없는 끼로 모험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사랑을 찾고 싶은 사람들 역시 넘치는 정열을 주체할 수 없어서 바람 따라 물길 따라 흘러가고 싶어 진다. 강물도 바다도 폭풍우가 몰아치면 한 번씩 거세게 흔들리고 아프다. 흔들리고 아파야만 물속에서도 새롭게 다시 탄생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또한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강과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역동적이고 자연발생적인 현상이 없다면 물 위 와 물속 바닥이 뒤집힐 일조차 없이 그저 유유히 흘러가야만 할 것이다. 이는 얼마나 밋밋하고 재미없는 단조로운 현상일까? 한바탕 소용돌이 속에서 물속의 모든 생물들 역시 또 다른 새로운 환경을 찾아 진화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로 마음도 몸도 몹시 아프고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가도 스스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생을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자연의 순리와 섭리에 대한 이해력의 부족에서 오는 그릇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심코 칠월을 맞이하면서 ‘또 칠월이 또 왔네’ 하는 마음으로 그저 무덤덤하게 맞이하기도 한다. 그것은 인생을 1년으로 나누어서 생각한다면 아마도 인생 중반을 넘어서서 활기차게 내리막길로 달리기 시작하는 칠월! 이제 백세시대에 이르렀으니 인생 나이 오십을 지천명 (知天命)이라고 한다면,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오십을 상징하는 달이 바로 7월이라 할 수 있다.

가끔 산등성 위에 서 있는 철탑들을 바라보라. 철탑도 때론 고독하다. 마치 고대의 웅장한 전사처럼 우뚝 서서 세상을 바라본다. 한낮에는 깜빡깜빡 졸기도 하고 밤이면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웅웅댄다. 그래서 누군가는 칠월이 되면 고단한 생각을 한번쯤 내려놓고 쉬어가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칠월은 태양도 지구도 우주도 사람도 모두 마음이 흠씬 달궈진 정열의 계절이다. 이육사 시인은 칠월을 청포도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계절로 비유하여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담아냈지만, 나는 칠월을 사랑을 잉태하는 계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랑을 잉태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비우고 자연에 순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언제나 ‘사랑’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도록 서로 보듬고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면 살아가는 동안에 참으로 후회 없는 삶을 만들게 될 것이다.


사진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myansin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