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휩쓴 폭우와 폭염

by 한상림
일요주간 신문에 실린 칼럼


54일 동안 역대 가장 긴 장마가 멈추고 이어서 폭염이 예상된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잔인한 흔적 앞에서 망연자실한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폭염 속에서 피땀 흘리며 복구하면서 견뎌내야 하는 이재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조상들은 가뭄으로 지구가 타들어 가면 하늘을 향해 기우제를 지내면서, “하늘님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제발 단비를 내려 주소서.” 두 손 모아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하늘이시여, 무심도 하시지, 왜 그리 물 폭탄을 자꾸 터트리시나이까?” 라면서 하늘을 원망한다. 그저 하늘의 뜻에 순종하면서 하늘이 주는 비를 통해 농사를 짓고 살아가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하늘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히려 원망하는 것이다.


가뭄과 홍수, 태풍, 폭염,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 역시 우리가 지구에 했던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것이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으로 인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많은 생물이 죽어가고 있다. 기후 이탈을 예고하는 지구가 보내오는 여러 가지 신호 중 하나가 바로 가뭄과 홍수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지 신호를 위반해서 빚어지는 재해를 고스란히 감내하면서도 전혀 ‘내 탓’을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재앙들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인간의 힘으로 아무리 몸부림치며 전전긍긍해 봐야 소용없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그 탓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지구의 신음은 한반도서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다발적으로 토해내는 중이다. 점점 지구온난화로 인해 얼음산과 빙하의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알프스의 ‘핑크 빙하’가 한때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조류의 영향이 분홍색으로 변한 이탈리아 북부 트랜 티스에 있는 발리 슬레의 프리세나 빙하의 모습이라 한다. 알프스 빙하의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스위스 정부는 20세기 들어 지난해까지 알프스 빙하 중 약 500개가 사라지고 나머지 4,000여 개의 빙하는 2100년까지 약 90%가 사라질 위험에 처하였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녹아내린 물들이 어디로 흘러갈 것이다. 결국은 앞으로의 대홍수를 예고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이 주는 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건 잘 알면서도 지금도 이런 일들이 왜?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자연재해이니, 인재이니, 왈가왈부하면서 심지어 정치인들의 네 탓, 내 탓 공방까지 보면 한심스럽다. 물론 사태가 벌어지면 원인을 분석하고 점검하여서 다시는 그런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큰 피해자인 국민 앞에서만은 제발 정치공세로 서로가 밥그릇 챙기기를 위한 얕은 생각은 저버리고 그런 문제점들은 조용히 여•야가 의논하여 대책 마련을 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수해로 인해 어쩌면 국민이 언성 높여 회초리를 댄 곳이 기상청일 것이다. 매번 예보를 정확하게 맞힐 수는 없겠지만 기상청 예보가 더 정확했더라면 인명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라 비의 예상량을 체크해 수문을 여닫는 수자원 공사와 기상청 간의 공방 역시도 나름 최선도 다했다지만 역부족이다. 기상청만 믿고 수문을 관리하였다는 수자원 공사는 댐 관리에 관한 매뉴얼을 다시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만 기상청 예보에만 연연하지 않고 매년 반복되는 홍수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옛 어른들은 “산이 피를 흘린다.”라고 하였는데 밀가루 반죽을 한 것처럼 산에서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절개지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인한 재해는 결국 인공적 산지 개발 지역에서 배수로를 소홀히 관리하여 빚어낸 재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토지와 건축허가’를 내지 말고 앞으로 더 큰 홍수로 인한 산사태 대비를 위해서는 전문가를 통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히 허가를 내줘야 할 것이다.


산사태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반도는 국토 면적에 비해 산이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산사태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는 산을 허물어 골프장을 짓고, 펜션을 짓고, 거기에 태양광 발전소까지 짓는다고 이미 심어진 나무들을 함부로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즉 당장 한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나섰다가 두 마리 토끼를 잃은 격이다.


이번 피해를 보면 대부분 절개지에서 토사가 밀려와 순식간에 가정집을 덮어 인명 피해가 더 컸다, 계속된 장마로 인해 지반은 약해지고 산사태가 많았으며, 대부분 공장이나 펜션 지역이 물골과 만나서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다. 즉 함부로 손을 댄 산지 개발이 문제를 가져온다. 도시에서도 지하로 많은 길을 만들면서 점점 지반이 약해지고 싱크홀 현상도 많이 일어난다. 대부분 도시에서는 이번 수해로 그다지 큰 피해는 덜하여서 다행이지만 이 또한 앞으로 이런 식으로 홍수가 계속 반복한다면 도시에서 일어날 재해는 예상보다 더 클 수도 있다.


8월도 중순으로 접어들고 입추도 지나 곧 가을이 다가온다. 연초부터 코로나 19로 인해 초긴장 상태로 봄을 지나오고 여름 장마를 겪고 보니 또 몇 개의 큰바람이 우리나라를 스쳐 갈 것이라고 한다. 태풍 역시도 우리가 방심해서는 안 되므로 수해복구를 얼른 마치고 큰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농민들의 타들어 가는 가슴은 폭염 속에서도 남은 농작물을 최대한 거두기 위해 많은 땀을 흘리게 될 것이다. 탄식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으므로 온 국민이 힘을 합하여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현 정부에서는 연초부터 코로나 펜데믹과 부동산 정책에 더 신경을 쓰면서 마치 오래된 고질병인 홍수에 대하여는 대비를 소홀한 점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대책 마련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정부에서 재난기금을 풀어서 수해 가구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준다 하니 다행이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발전을 위해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기존의 정책을 급회전하여서 갈아엎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은커녕 갈수록 피해의 규모가 커질 수도 있으니 신중한 정책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나마 앞으로 10년 정도는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 하니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지구를 살려야 한다.
인간들의 무한한 욕망은 그동안 ‘마구 만들고, 마구 쓰고, 마구 버린’ 탓으로 지구는 이미 자정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조금 더 만들고, 덜 먹고, 덜 쓰고, 덜 버려야 한다.


미래의 우리 후손을 위해서 자원을 아껴 쓰고 잘 보존하도록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함께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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