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2020.12월호 우체국 사보에 실림
<희망의 메시지, 빨간 우체통>
길을 걷다가 빨간 우체통을 만나면 그리운 사람에게 손편지라도 써서 우체통에 넣고 싶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되살아난다. 지금이야 이메일로 편지를 주고받거나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업무도 볼 수 있지만, 우표가 붙어있는 손편지야말로 ’ 기다림, 반가운, 그리움, 추억…’이 묻어난다.
7-80년대에는 주로 손편지와 공중전화가 소통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백열등 아래에서 편지를 자주 쓰곤 하였다. 신혼 초 2년 동안 해외에서 근무하던 남편에게 매일 일기처럼 편지를 써서 넣었던 빨간 우체통은 여전히 풋풋한 그리움이다. 요즘이야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해외에서도 무료 영상통화까지 할 수 있으니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면서 느꼈던 그 시절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다. 훈훈한 온기와 희망을 나누는 정겨운 빨간 우체통을 보면 소외된 이웃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진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들이 마음이 춥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김장 봉사와 반찬봉사, 장바구니 사용 캠페인,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 줄이기 등을 실천하면서 구석구석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언제든지 달려갔다.
강동구에서는 매달 한 번씩 약 600여 명 어르신에게 점심 식사를 만들어 드렸으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복지관이나 구민회관에서 모일 수가 없었다. 대신 다섯 차례에 걸쳐 김치와 반찬 몇 가지씩 만들어 약 300세대씩 배부해 드렸다.
지난봄 마스크 대란으로 약국 앞에서 줄을 서서 일회용 마스크를 사던 때, 직접 나서서 회원들과 함께 천 마스크 약 5천여 장을 만들어서 관내 시설과 어린이집에 배부하였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도 천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마스크 대란 위기도 이겨냈다. 직접 학교 현장으로 가서 여고생들에게 손바느질로 마스크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천 마스크 약 2천여 장을 수해 이재민들과 장애인 시설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사랑의 실천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여전히 끊임없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 홀몸 어르신, 가정폭력 아동, 미혼모 가정, 다문화 가족, 노숙자 등등…. 아직도 생생하다. 매월 셋째 주 화요일마다 ‘한마음의 날’ 구민회관에 모이신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밥을 차려 드리면 줄을 서서 기다리다 테이블에 앉아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그 어르신들 여전히 잘 지내고 계신지? 지난 2월 이후 뵙지 못하였으니 궁금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뵙고 싶다.
아직도 스마트폰 기기에 낯선 어르신들이 많다. 그나마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단순한 기능으로 자식들과 소통하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요양원이나 병실에서 죽음의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언택트로 인하여 가족을 맘대로 만날 수 없으니 안타깝다.
강동구 새마을 부녀회원들 문학동아리 ‘시산꽃’에서는 약 300여 통의 손편지를 싸서 따뚯한 목도리와 함께 관내 4개 요양원 시설에 전달하였다.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서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그려 넣고 “사랑합니다. 얼른 일어나서 다시 만나요.”라고 정성껏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써서 자그마한 선물과 함께 전달한다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다행히 훈훈하고 살맛 나는 세상이다. 거리에 놓인 빨간 우체통처럼 곳곳에서 보이지 사랑을 전파해주기 위해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등대가 바다 한가운데 어둠 속에서 깜빡거리는 불빛으로 바닷길을 안내한다면, 빨간 우체통이야말로 소리 없이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소식을 전달하는 사랑의 전령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홀몸 어르신과 소외된 이웃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요즘, 그들에게 희망의 등불인 ‘빨간 우체통’이 되어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쓴 손편지도 함께 넣어서 목도리와 함께 요양원 시설에 전달함>
<목도리와 손편지를 넣어서 포장 작업을 하는 회원들 모습>
고덕시립양로원에 손편지와 목도리.전달. 2020..12. 3일
2020. 12월 <우체국과 사람들>사보에 실린 필자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