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보그 잡지>
우리가 입는 옷의 수명은 대부분 2-10년(속옷은 1-2년) 정도다. 1-2 주면 신상품이 나올 만큼 빠른 유통 구조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으로 좋은 점도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의류가 제대로 소비되지 않고 쓰레기를 많이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산업혁명 이후 다양한 의류를 대량 생산해왔고, 패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소비자의 구매 욕구도 커져서 유행이 지난 옷들은 버려지기 일쑤였다.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은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는 옷이 많은데도 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옷을 찾는다. 유행에 뒤떨어진 옷을 입으면 왠지 모르게 뒤처진 느낌이 들거나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옷을 정리하면서 정말 버리기 아까워 몇십 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옷들도 있다. 당시에는 큰 맘먹고 비싸게 사서 아끼면서 몇 번 안 입고 유행이 지나버려 장롱 속에서 잠자는 것이다. 추억이 묻어 있기도 하지만, 옷이 귀하던 시절을 생각해서 선뜻 버리지 못하고 낡거나 작아져서 도저히 입을 수 없게 돼서야 버리게 되다 보니 옷장은 유행 지난 옷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고 아무리 내가 아끼는 옷이라 하여도 선뜻 남에게 주기도 그렇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옷 한 벌을 사면 위에서 아래로 물려 입고, 양말 뒤꿈치에 천 조각을 덧 기워서 신으면서도 부끄럽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겨우 명절에나 빔으로 새 옷을 얻어 입는 게 전부여서 때때옷을 입고 싶어 기다리던 명절이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먹는 것, 입는 것 모두 풍족하여 개성 있는 스타일의 옷을 멋스럽게 입고 다닌다. 물론 트렌드를 좇는 사람도 있고 그냥 평범한 옷을 입는 사람도 있지만, 키가 쑥쑥 자라 금방 못 입고 버리는 어린아이까지 예쁘게 키우고 싶은 부모 마음에 비싼 옷도 망설임 없이 사서 입히기도 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버려지는 옷의 약 60% 정도만 수거될 뿐,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담겨 폐기된다.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약 8만 톤의 의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버려진 폐섬유는 매립과 소각으로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가 된다. 그나마 분리수거가 잘 된 옷을 선별하여 동남아로 수출하거나, 재활용 의류로 분류하여 재사용하기도 한다.
매년 우리 구 관내에서는 벼룩시장을 개장하여서 주민들이 서로 물물교환처럼 필요한 옷을 주고받기도 하였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벼룩시장도 활성화하지 못하였다. 헌 옷 수출이 줄면서 헐값으로 고물상에 넘기는 것조차 번거로워 헌 옷을 수집하던 행사도 중단하였다.
폐자원 의류를 재사용한다면 섬유산업에 고부가가치에 이용할 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의류 업계에서는 되도록 친환경 소재로 만들고, 재사용 가능한 옷을 유행에 따라 리폼하여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은 저렴한 옷을 구매할 수 있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 또한 가정에서 재봉틀로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로 수선하여 입는다면 일거양득이 되지 않을까. 물론 새 옷을 입으면 멋스러워 기분도 업 되겠지만, 리폼한 옷으로도 유행의 따라가는 욕구 충족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옷감을 염색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약품과 공장에서 만들 때 사용하는 화석연료, 세탁 과정에서 석유나 합성세제 사용으로 발생하는 물을 오염, 의류 폐기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을 생각해보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우리 후손을 생각하여서라도 지금부터라도 너무 많이 만들고, 많이 입고, 유행 지났다고 마구 버리는 옷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조금 유행에서 뒤떨어지면 어떤가? 패션업계에서야 새로운 스타일을 개발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겠지만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연구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유행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보다 적당히 따라가는 정도로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