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바이드
한상림
언택트와 고령화 사회로 디지털 디바이드, 즉 정보격차가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는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신조어로서 사회적, 경제적 격차로 인해 계층 간 격차가 벌어져 지식과 인터넷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말한다.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접하면서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SNS, 쇼핑, 배달 등 다양한 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노령층을 중심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인 격차가 벌어져 양 계층 간 정보격차가 커진다. 또한 인터넷 정보의 생산량 증가로 홍수를 이루는데 사람들의 정보 수요는 따라가지 못하는 정보 과잉 현상과, 쓸데없는 거짓 정보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혹은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습득하는 ‘수용자 극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디지털기기의 발전과 통신문화의 확산으로 지식 축적과 함께 소득까지 증가하는 반면 디지털기기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심각한 정보격차를 느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모바일 기기가 빠르게 진화할수록 소외계층의 스트레스는 많아지고 디지털 디바이드를 극복하지 못하면 사회 안정에도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언택트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인구수가 많아졌다. 매장에 가서 직접 보고 구매하던 식료품이나 생필품, 의류 등을 문 앞까지 신속하게 배달해 주니 시간적, 경제적 절약으로 아주 편리하다. 은행 업무 역시 직접 점포에 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보면서 최근 금융기관들이 지점을 통폐합하여 취약계층에겐 불편함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화면을 터치하여서 정보를 찾고, 관공서에 직접 가지 않고도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 공항과 철도역 티켓 발매, 전시장 안내, 공공기관의 행정절차나 이용 방법, 상품정보, 인근 주변 안내, 관광 정보 등도 스크린 터치를 이용한다. 또한 편의점, 프랜차이즈 식당, 카페, 음식점, 영화관 등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인 주문 키오스크(단말기)’를 도입하면서 사용이 미숙한 일부 노령층은 이래저래 불편함을 겪게 된다. 더군다나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가는 곳마다 QR코드로 본인인증도 하여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50~70대 사이에서 디지털 역량 수준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있어 어르신 사이에서도 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모든 국민이 정보화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디지털 복지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2005년까지 전국 모든 지역에 초고속 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2003년까지 전국의 모든 읍·면·동 지역마다 최소 1개 이상의 무료 인터넷 이용시설을 설치하여, 희망하는 모든 국민에게 인터넷 기초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초고속 인터넷망이야말로 세계에서 으뜸이다. 농어촌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시설을 갖춰 놓아서 배우고자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농어촌에서 직접 재배한 과일과 채소 등도 SNS를 이용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로 신선한 농산물을 문 앞까지 배송해 주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일거양득인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족 간 소통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녀와 손주들을 만나지 못하는 부모들은 스마트폰으로 무료 영상통화를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30년 전만 해도 통신비의 부담으로 꼭 필요한 전화 외에는 그다지 통화를 자유롭게 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상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꿈같은 현실로 이뤄져 편리하게 생활하는 반면에 디지털기기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소외감을 겪는다.
여든다섯인 필자의 모친은 지방에서 홀로 지내면서 오 남매 자녀와 며느리 사위가 함께 있는 단톡 방에 날마다 이것저것 자료와 동영상 사진을 퍼 날라 준다. 불필요한 자료가 많아서 때론 열어보지도 않고 삭제할 때가 많다. 그러나 마치 까치가 이른 아침에 나뭇가지에 앉아 깍깍거리면 인사하듯 어머니의 안부로 여기면서 그마저도 감사한다. 어쩌다 아무 자료가 올라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어 비상사태까지 발생한다. 처음 스마트폰을 드리고 나서는 석 달 동안 시달렸다. 노령에 스마트폰 기기 사용 방법을 홀로 터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어느 날은 소리가 전혀 안 들린다거나 화면이 꺼져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구르시니, 서울에서 지방까지 당장 달려갈 상황도 아니니 답답하였었다. 하지만 차분히 설명하여도 이해 못하실 때는 밖에 나가서 젊은 학생이 지나가면 좀 만져 달라고 하거나, 대리점이나 서비스센터로 직접 가서 해결하도록 안내했다. 이십여 년 전, 알파벳도 잘 모르던 노모가 알파벳을 배워가며 인터넷을 활용하고 이메일을 보내면서 자식들과 소통하더니, 이제는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여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나이 탓을 하기 전에 도전정신을 갖고 새로운 기기에 두려움을 극복하고 하나하나 배워가는 노모가 자랑스럽다.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노인정에도 가지 못하고 사람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으니 종일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자식들과 소식을 주고받으며 TV로 세상과 소통하는 게 유일한 취미기도 하다. 얼마나 다행인지, 혼자서도 씩씩하게 지내시는 노모의 모습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령화로 인한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제는 백세시대로 접어들어서 노령층이라 해서 배우지 않으면 갈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따라서 우선 정부에서 나서서 이러한 격차 해소를 위한 여러 가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나라 지방 곳곳까지 인터넷 활용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도록 시설은 갖춰 놓았다. 그러나 아무리 기기가 좋아도 기기 사용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노령층에서 새로운 기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디지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한 체험존을 마련하여 1대 1 교육을 받을 수 있거나, 드라마나 광고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이용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요즘 십 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한다. 각 기관과 학교의 협력으로 학생들의 자원봉사활동을 활용하여 어르신들에게 봉사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면 어떨까. 어린 학생들에게 디지털기기 이용 방법을 배우고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간 격차도 해소하게 되니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