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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Mar 30. 2021

호칭(互稱)에 대한 문제점


이모님, 여기 불고기 1인분 추가요.” 흔히 음식점에서 여자 종업원에게 하는 말이다. 아주머니, 아줌마라는 호칭보다는 이모라고 부르면 듣는 사람도 기분 좋고 부르는 사람도 좀 세련된 느낌이 들어서일까. 어느 때부터 우리는 종업원의 호칭을 ‘이모’라는 대명사로 부르곤 한다.
왠지 “아줌마!”하고 부르면 “라떼는 말이야”하는 거처럼 젊은이들 앞에서 고리타분한 사람처럼 보이고, “이모! 이모님!”하고 불러야 서비스가 더 좋아질 거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머니의 자매를 ‘이모’라고 하는데, 아무 혈연관계도 아닌 종업원 호칭을 이모라 하는 것이 옳은 말인가? 요즘 들어서 여러 가지 호칭에 대한 모순이 지적되고 있다.


서비스업종에서도 고객에게 ‘어머님, 아버님, 혹은 아가씨’라고 호칭하는 태도이다. 어찌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의 아버지, 어머니가 된다는 말인가? 어르신 혹은 고객님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거기에 점점 비혼 남녀가 늘어가고 있는데 결혼도 하지 않아 자녀가 없는 사람에게 어머님, 아버님, 혹은 아주머님, 아저씨라고 한다면 큰 결례가 된다.


필자 역시 결혼한 지 사십 년이 돼가는데도 아직 시동생에게 “서방님”하고 불러본 적이 없다. ‘작은아버지’, 혹은 ‘큰아버지’라고 부르지만, 그 또한 마음 편한 호칭은 아니다. 엄격히 따져서 ‘서방님’이라는 호칭은 결혼한 여자가 지아비인 남편을 칭하는 것이고,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는 아버지 형제를 아이들이 칭하는 말이다. 또한 결혼 전 남편 형제를 ‘도련님’이나 ‘삼촌’으로 부르다가 결혼 후에는 ‘작은아버지’나 ‘큰아버지’라고 한다.


얼마 전에도 그런 문제가 거론되었다. 예를 들면 남녀가 결혼하면 남자가 자기 부모에게 ‘어머님, 아버님’이라 부르면서 아내의 부모에게는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이야기다.
그 당시엔 적절한 호칭이어서 그리 불러도 무난하게 받아들여서 지켜왔지만 지금 현실에는 맞지 않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 교과서나 문학작품 속의 문장에서도 그리 나오기 때문에 훗날 후손들에게 혼란스러운 부분으로 남을 것이다. 서양처럼 형과 아우 대신에 brother, 자매를 sister로 부르면 편리하지만, 족보나 가계도를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부르는 우리 민족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모호한 경계의 호칭은 누구나 부르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새로운 호칭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남편의 형제를 도련님이나 삼촌, 혹은 서방님이라는 호칭보다는 구체적으로 구분이 되는 한 가지 호칭이 필요하다. 남편의 형을 ‘아주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보기도 듣기도 좋다. 하지만 시동생 호칭은 모호하다. 삼촌도 아니고 서방님도 아니다. 그리고 남편의 누나나 여동생은 ‘아가씨’ 혹은 ‘애기씨’라고 부르거나 아이들 기준으로 ‘고모’라는 호칭을 사용하는데, 이 또한 결혼 전에야 ‘아가씨, 애기씨’가 가능하지만 결혼 후 ‘고모’라고 부르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부부간의 호칭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여보, 당신’이라는 부부간 호칭을 두고 연애 시절에 부르던 ‘오빠’라는 호칭을 결혼 후에도 아이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남편에게 아내가 “오빠, 오빠”하고 부르면 듣기 좋고 기분이 좋아서 그리 불러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여자가 연상일 경우 “누나”라고 불러야 하는데, 아내에게는 누나라고 잘 부르지는 않는다. 남편이 오빠이면 아이들도 아빠한테 오빠나 형이라고 불러야 맞는 거다. 차라리 오빠라고 하려면 ‘아무개 아빠나 아무개 아버지’라고 하여도 무난하다.


요즘엔 신조어가 무성하게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고 있지만, 방송에서도 너무 약식으로 시청자들만 알아볼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점도 많다. 특히 드라마를 보면서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서 호칭도 부르기 좋은 호칭을 사용한다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에겐 불편한 호칭이 될 수도 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시대상에 맞춰가야 하겠지만, 조상 대대로 이어온 우리의 전통을 무시하는 일관성 없는 변화는 오히려 혼란스러움을 초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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