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랑 나랑

운무

자작시

by 한상림


운무


한상림



한 사내가 내려왔다
때때로 슬며시 다녀가는 첫사랑이다

두 번째 사내가 내려왔다
푸른 봉우리 푸른 골짜기에 서 있는 산지기가
잊혀 질만 하면 소리 없이 왔다 간다
그가 다녀간 날은 햇살 따갑고 바람이 높았다

세 번째 사내가 내려와 울고 있다
구름파도 일으키며 하늘로 올라가더니
온종일 흐느낀다
산은 축축한 그 남자를 거부하지 못하고
함께 따라서 퍽퍽 운다

온 몸으로 구름 띠 두르고 있는
저 앞산 산등성 절반이 하얗다



<구름비가 되어 내려온다. 아픈 그들이>


서산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비가 된 남자들이 산능성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운무였다.

그리고 시 한 편으로 담겨진 그날. 그 감성을 잊지 못한다.

운무를 보면 구름파도기 되어 떠다니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비를 보면서 군입대 첫날 훈련소에서 훈련복 바꾸러 갔다가 행방불명 된 아들이 강물에 떠내려 간 건지 모른다며,

아들을 찾지 못해 글썽이던 눈빛..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쓰다가 홀로 떠난 하늘 여행에서 아직도 까치발을 들고 서 게실까?

그의 호가 <운파>여서인지 영원히 구름파도가 되어 떠돌면서

가끔 눈물을 뿌린다.


6월 장마가 시작되면 이상갑 시인님이 생각난다.

건국대 축한학과 ROTC 4기 출신이고

무관으로 평생을 보내다 호주국립대를 다니던 아들을 훈련소 입소하자마자

훈련복이 안맞아 바꾸러 나갔다가 실종되었다.

6월 장마에 행여 아들이 강물에 떠내려 간 건 아닐까 하고

전국방방곡곡 아들을 찾아 헤매다가 지병을 얻어 뇌경색과 심장수술을 하고

늦게서 시인이 되어 시집 한 권 내고 죽는게 소원이라며

"나는 지금 시간이 없소. 부지런히 시를 써서 책 한권 내는게 소원이오"

마지막으로 내게 전한 말이다.


2007년도 3월 16일 64세 나이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시를 쓰다가 운명하셨다.

유고시집 <구름파도를 '타고>를

내가 직접 시를 모아 편집을 하여 출간하여 드리고,

대전국립현충원 묘비 앞에 꽃과 함께 놓고

평소 좋아하던 맥주를 부어 놀고

이상갑 시인님 자작시 몇 편을 낭독해 드렸었다.


8081 묘비 번호인데

안 가본지 몇 년이 흘러버렸으니

올 가을엔 국화꽃 한 다발 갖고 찾아뵙고 싶다.

2020년도까지는 봉사활동을 한다고 너무도 바빠서 잊고 살았는데,

이 시를 보면서 다시 이상갑 시인님과 추억을 소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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