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사는 사람들

-사소한 관심이 훈훈한 세상을 만든다

by 한상림


고독한 섬으로 사는 사람들

- 한상림 칼럼집 중에서



“우리는 가족이 없습니다.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세요” 어느 노부부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백세시대로 접어들면서 노령인구와 1인 가구 형태가 늘고 있지만 막상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혼자다. 살아 있을 때도 혼자, 돌아갈 때도 혼자, 결국 혼자서 쓸쓸한 생을 마감해야 한다.


‘고독사(孤獨死)’는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매일 6명 이상이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25개 자치구 중 부유층이 거주하는 강남구가 가장 많다는 것은 고독사가 경제적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현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독사는 연령을 불문하고 노인들 뿐 아니라 중년층으로 55세~59세가 전체의 19.15%로 가장 많다.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청년 고독사’다. 청년들의 ‘N포 세대’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청년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계 빈곤’은 대한민국 현세대의 일그러진 초상이다. ‘베이버 부모’ 세대인 50대 은퇴 남성들이 지병이 있거나 이혼으로 인해 ‘나 홀로족’ 즉 ‘싱글족’으로 사회 관계망이 단절된 채 복지사각지대에 놓였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스몰토크(small talk)' 즉 작은 대화가 필요하다. 아내나 친구 그 누구라도 좋다. 따뜻한 밥 한 끼 함께 할 수 있는 마음 편한 사람과 웃으면서 대화를 하고 관계를 만들어 사회활동 영역을 넓혀야 한다.


현재 정부와 자치단체에서는 65세 이상 독거노인에게는 다양한 복지정책을 마련하여 돌보고 있지만, 65세 이하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대책 마련으로 사회복지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대부분 주민센터 직원이나 생활복지사가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을 방문하여 관리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따라서 건강상태를 진단하여 돌봐 줄 간호사나 의료진 등 더 많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영국에는 비영리단체인 ‘실버 라인(The Silver Line)’이 있다. 실버 라인은 장년층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고독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무료 전화 상담소를 운영하는 곳이다. 이밖에 ’ 에이지 유케이(Age UK)', '오픈 에이지(Open Age)', '남자들의 헛간(Man's Shed)' 등 노인들을 위한 자선단체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인들 스스로 ‘생존 신고’를 하는 모임을 만들어 일정한 시간에 SNS나 단체 채팅방을 통하여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또한 셀프 장례도 늘어나 상조 회사나 장례 협동조합에 ‘내가 죽으면 이렇게 진행해 달라’고 생전에 주문도 한다.


우리는 누구나 외로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사회 도움이 필요한 문제라는 대중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스스로 고독함에서 벗어날 제어능력이 안되면 주변 사람이나 관계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무조건 참고 견뎌내는 것이 미덕이고, 남에게 드러내면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한국인 특유의 성격 탓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요즘 들어 정현종 시인이 노래한 ‘섬’이라는 시구가 뇌리에서 맴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하나하나의 섬으로 존재하는 외롭고 나약한 생명체다. 섬과 섬을 이어주는 것은 사랑과 관심뿐이다.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홀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내 이웃이 안녕하신지, 윗집 어르신이 아침식사를 하셨는지, 앞집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는지, 서로 관심을 가져보자. 아니 관심을 나눠보자. 이러한 사소한 관심들이 모여서 훈훈한 세상을 만들어 낸다.


섬으로 사는 사람들 표지 뒷면(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