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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Nov 26. 2021

마르틴 부버의 ‘만남’과 신뢰성 회복

-한상림 칼럼 (2017년)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나와 너』에서 참된 삶은 곧 만남이라고 하였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사람과 사물 혹은 그 어떤 존재와의 만남에 있어서 우리는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에 모든 만남으로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성(信賴性 reliability)이다.


우리는 고도산업사회에서 경이로운 과학기술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면서 소통관계를 상실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혹은 사람과 그 어떤 것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각박한 일상에서 불안감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의 물질 중심 문화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잃어버리고 인간 상실, 인간소외라는 결과를 낳다 보니 이런 위기에서 그 원인은 무엇이며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비극적 상황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깨지는 데서 오기 때문에 인간회복을 위해서는 ‘나와 너’의 참된 관계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국민들의 격앙된 목소리 역시 서로 간의 불신으로 인해 초래한 갈등이다. 우선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선출하는 문제가 중요한 시기지만,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거만한 태도와 독도를 넘보는 일본의 오만방자한 태도, 북한의 핵문제 역시 우리가 또다시 넘고 넘어야만 할 높은 산이다. 또한 조금만 틈이 보이면 그 틈을 이용해서 침략하려는 이웃나라들의 근성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단합해서 외적을 막아내기도 벅찬 현실에서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정치적인 갈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똘똘 뭉쳐서 한 목소리와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서로를 믿고 지켜보면서 새로운 지도자를 공정하게 선출하는 것도 신뢰성 회복이라 하겠다. 또한 국가 지도자는 국민을 신뢰하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를 희생하여서 우리 후손들의 역사에 길이 남을 빛나는 인물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갤럭시 7을 출시하자마자 배터리 결함으로 큰 충격에 빠졌었다. 그것은 출시 당시에 LG전자와 아이 폰사와의 경쟁에서 시간을 다투던 시기라서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출시 전에 확인, 검증과정을 꼼꼼히 하였다면 그러한 큰 오명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번 신뢰성이 깨진 제품은 신뢰성 회복이 어려워 결국 커다란 손실을 초래하더라도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속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대로 했었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에게도 기계에 적용하는 ‘가속 스트레스 테스트’ 단계를 거쳐서 지도자를 뽑는다면 훌륭한 사람을 선택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가속 스트레스 (acceleration stress)는 갑자기 속도를 높일 때 움직이고 있는 인체에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를 말한다. 즉 사람의 성품은 유전적인 소양과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약점이 나타나고, 그에 따른 판단능력과 행동도 제각기 다르게 표출된다. 심지어 자기 우월감에 빠져서 어떤 단체에서든 자기가 수장 노릇을 해야만 한다면서 자기 잣대로 남을 폄하하던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밟고 올라가서라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남을 해치려는 사람을 주변에서 보았다.


이런 사람들에게 가속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걸 미리 적용시킨 후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평가받게 되면 자기의 약점을 이용해서 이 사회를 어지럽히지도 않을 것이며, 우리가 그런 사람을 지도자로 뽑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격추된 자기 자신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 테스트 결과에 따라 새롭게 변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뢰성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다. 한번 잃으면 쌓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신뢰성 회복은 절대 불가능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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