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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Dec 31. 2021

간절한, 그리고 절실한 2022년

-2021년도 마지막 날

  가는 해는 아쉬움으로, 오는 해는 새로운 희망으로 맞이하는 시점에서 주고받는 성탄 카드나 연하장은 예로부터 인정 많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팬데믹 감옥에서 새해를 맞아야 한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새해엔 반드시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도 끝나고 소소한 일상을 되찾을 거라는 긴절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8천 명까지 넘나들었던 확진자 수와 변이 바이러스까지 극성을 부리니 잠시 위드 코로나로 잠시 활기를 되찾았던 일상이 불안하다.


  늘 이맘때만 되면 떠올리는 말이 바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말이다.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는 것을 거스르지 못하는 순리 앞에서 다시 새해를 맞는 두려움이 크다. 그것은 요양병원에서 6개월째 뇌사상태인 시어머님 때문이다. 구순의 연세이니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실 것을 예상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항상 밝은 모습으로 백이십 세까지 사실 거라면서 쓰러지기 전까지도 건강해 보이셨던 어머니다. 육 남매 자식과 손주와 증손주 여섯까지 챙기던 우리의 지주인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그렇게 빨리 쓰러지실 줄 몰랐다. 그러고 보면 올해 주변에서 떠난 사람이 여럿 있었고, 여전히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이 몇 분 더 있다.


  위 글을 써 놓고 난 후 1주일쯤 지나 더욱더 황당한 사건이 지난 26일에 터졌다.

남편이 갑자기 '돌발성 난청'으로 입원 중이다. 26일 오후 3시경 귀가 먹통이 되었다면서 일요일인데도 사무실에 나가 일을 하다가 돌아왔다. 돌발성 난청이라는 용어조차 모르고 살았는데, 동네 이비인후과에 가서 처음 듣고 이틀간 치료를 하다가 아산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3차 화이자 백신을 맞고 8일째 되는 날 터진 일인데, 돌발성 난청은 48시간 내에 입원을 하여서 스테로이드제 치료와 고압산소 치료를 병행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병원으로까지 3일이 지나 입원하였으나, 2일간 치료를 하고 3일째인데 별 차도가 없다. 갈수록 전혀 소통이 안되니 갑갑할 수밖에...

이런 황당한 일이 살다가 발생하는 건 여태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이제 보청기로 의존해서 살아가야 할런지도 모른다. 왼쪽 귀마저 안 좋은 상태에서 오른쪽 귀가 갑자기 난청이 와서 전혀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여하튼 남은 시간은 치료를 잘해 보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이 되어 버렸다.

올 한 해는 2월부터 연달아 이어지는 뜻하지 않은 사건들로 얼룩졌다. 얼른 이 병마와 불행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지구는 변함없는 속도로 365바퀴 자전하면서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돌 때마다 부여해 주는 것을 우리는 ‘새해’라고 명명하면서 새로운 출발선을 긋는다. 1년 단위는 인류가 세상의 이치에 맞춰 정해 놓은 숫자이지만, 매일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마치 새로운 모습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듯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은 각기 다르다. 2022년 새해에는 제발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도 끝나고 나라 경제가 되살아나고, 건강하고 근심이 사라졌으면….     


  지난 2021년도 새해 소망은 21년 동안 봉사를 마치고 모두 내려놓는 시점인 2020년도, 제3의 전환점으로 남은 시간 나 자신을 위해 살겠다는 각오로 2021년도 새해를 맞이하였기에 의미가 컸다. 그러나 단체장 직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바탕 회오리가 일고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아 새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2개월 정도는 매우 심란하고 어수선한 시간이었다.


 순탄하게 넘어갈 줄로만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결국 몇몇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또한 집안에서는 이른 봄부터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불행한 소식들이 끊임없이 연달아 왔다. 우리에겐 별일 없이 넘어가나 싶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시모가 쓰러지자마자 뇌사상태로 면회도 안 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젊은 조카까지 암으로 수술까지 하여서 예후가 좋아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다.


  그래도 연초에 계획했던 것들은 성실히 해나가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여 많은 것을 얻었다. 봉사로 쫓기면서 이십여 년을 가족에게 소홀하였던 살림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었고, 평소에 그토록 하고 싶었던 독서와 하고 싶었던 공부, 글쓰기 들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거리두기로 인하여 비대면 강좌들이 많아서 명강사들이 하는 강의를 주 2회 정도 꾸준히 들을 수 있었다.


  서울시 평생학습관에서 주관하는 자유시민대학 강의 중에서 주로 인문학과 인류 환경학을, 독서토론회 팀에 합류하여 꾸준히 매주 1권 이상 책을 읽는 중이다. 서울시민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화상으로 회의와 토론회를 하면서 서울시에서 마침 내가 관심 많은 탄소중립에 대한 주제여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 서울시장 표창을 받았다. 서울시민위원은 25개에서 1008명이 선정되어 시작하였는데 매달 2시간씩 줌으로 만나서 회의를 하다 보니 도중하차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8개월 동안 회의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설문지 작성 등에 적극 적였던 16명만이 서울시장 표창을 받게 된 것이다.


  또한 서울시민기자에게 전문가들로 구성된 5개의 강좌를 화상으로 들으며 기사 작성법을 배웠으며, 토론과 질문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오마이뉴스, 세종문화연구소 등에서 강사를 초빙해 화상 강의와 토론, 질문들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코로나로 인해 변화하게 된 새로운 모습이다. 물론 현장 강의보다 덜하지만 오가는 시간도 절약되고 집에서 편하게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더 많다.


  또 하나 색다른 분야는 ‘행복 테라피’라는 강사들 모임이 있는데 주로 현장 강의를 하던 강사들이 줌으로 만나서 매주 화요일 저녁 9-10시에는 서로 돌아가면서 전문 분야 강의를 하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웃음치료와 시 낭송, 시 창작 글쓰기, 탄소중립에 관한 환경문제, 문화해설, 강풀 만화거리 해설 등 다양한 강의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손뼉도 치고 율동도 하고, 질문도 오간다. 나 역시 올해 세 번의 강의를 하였다.


 무엇보다 보람된 것은 다온작은도서관에서 수강생 2명이 시와 수필로 등단을 하였으며, 제2집 시산꽃 문집을 발행하게 된 것이다. 시 창작 강의를 듣고 글을 쓰면서 합평을 하다가 울기도 하고 서로 아픔을 나누면서 소통하던 시니어들을 보면서 나름 보람을 많이 느낀다.


  2021년도 역시 다사다난하였던 한해였으며 1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물론 아직도 끝나지 않은 불행의 꼬리를 싹둑 잘라내고 싶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보낸다. 그리고 주어진 일들 하나하나에 감사한다. 소중한 한순간도 소홀히 보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코로나가 변화해 준 생활인지,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서 헛되게 보내는 시간마저 아까워 밖에서 일을 마치고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무언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혼자인 시간이 행복하여서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간절했던 내일이다.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소중한 하루하루, 지금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면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한다. 나라가 평화로워야 국민도 평화로울 수 있기에  임기 말인 문재인 대통령의 염원대로 코로나도 종식되고 이 나라에 새로운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 새해, 새로 탄생하는 새로운 대통령 역시 어려운 시국을 잘 풀어가고, 경제도 다시 살려 국민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표지 이미지 출처-다음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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