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Y Apr 13. 2016

나는 늘 두려워

사랑이 준 상처가 낳은 것들

 

 누군가 말했다.

 "솔직해져. 상처 받으면 받는대로 쿨하게."

 

 쿨한게 무엇인지 되묻고 싶었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쿨한 여자'라고 표현하지만 나도 여자다. 사랑 받고 싶고, 날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고, 하루 24시간 매일매일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보통 여자'.


 쿨함으로 포장하기 시작한 것은 그저 날 가볍게만 바라보는 남자들의 입 발린 말에 난 상처들 때문이었고, 생각해주는 척하지만 결국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남자들에 지쳐갔기 때문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래. 나도 니들처럼 쿨하게 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포장지를 잘라 붙이기 시작했다. 순간의 즐거움은 그 즈음에는 즐겁고 행복할지 모르나 종국에 남는 건 허무함 뿐이다. 마음의 상처는 가려졌으나 곪았고, 더 많아질 뿐 줄어들진 않았다.

  

 '소 쿨'은 내 안에 '행복한 연애에 대한 열망'만 남겼을 뿐 어떠한 위로도 주지 못했기에 난 포장 된 쿨한 여자지만 '쿨'이라는 그 말이 미치도록 싫다.

 

 마음의 상처에는 연고도 없고, 대일밴드도 없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다 뻥이다. 시간이 갈 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록 나는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더 이상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두렵다. 혹여 누군갈 만나더라도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신경 쓰이고, 나를 어찌 생각할지 마음 속으로 가늠하기 시작하는 나를 보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남자들이 던지는 관계의 발전에 대한 질문들에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남자들은 늘 너무 솔직하다. 좋긴 하지만 사귀고 싶지 않다는 말을 돌려 하기도 하고, 너무 솔직하게 말하기도 하고. 차라리 솔직한 것이 낫다. 마음을 다 줄 것 같이 굴다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 감당하기가 어려워지니까 차라리 솔직한 편이 낫다. 서글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넌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여자야."  

 이해 할 수 있다. 또 다른 말로 얘기하면 그들의 마음이 그만큼 밖에 되지 않았단 얘기다.

 "이해해." 라고 답한다.

 이해와 동시에 마음은 '쩍'하고 갈라진다. 내가 제어 할 수 없는 것. 치 떨리게 싫은 그 순간.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반복하다 보면 종국엔 이성에 대해 아무런 기대나 생각도 가지지 않게 되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관계의 발전을 아예 꿈꾸지 않게 되는 것. 차라리 그 편이 낫다.

 꿈을 꾸지 않으면 상처나 절망도 없다.


 사랑에 대한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하는 거라고들 한다. 두려워하면서도 이성 관계에 대한 끈을 잡고 있는 이유는 이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는 1퍼센트의 희망이라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희망의 불씨가 언제쯤 꺼질지는 모르겠지만 로또 1등 보다야 어려울까.


 이 상처들이 언제쯤 나아질까, 나을 수는 있을까.

 생각해보아야 나아지는 것들은 없다.

 그저 벚꽃이 다 지면

 내 상처들도 아물었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

매거진의 이전글 아, 사랑이 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