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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Aug 02. 2021

친정엄마가 도와주는 육아라고 해서 왜 어려움이 없겠는가


친정 엄마가 도와주신다고 해서 육아에 어려움이 없겠는가?


조부모님과 함께하는 육아는 그것대로 어려움이 있다.


주말 부부를 하던 중 계획반 무계획반으로-결혼한 지 3년이 지나니 이제 자녀 계획을 실행해야 하나 고민하던 무렵에 - 임신이 됐다. 당시 나보다 더 여성 경력단절을 염려하신 친정 부모님께서 육아를 도와주시기로 하셨다.

직장과 친정집이 가까워서 신중한 고민 끝에 더부살이를 결정했다.


복직하고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래도 너는 친정엄마가 육아를 도와주시니 좋겠다.", "친정엄마가 아이 봐주시는데 뭐가 걱정이야" 이런 말이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워킹맘 중에서도 친정엄마가 도와주느냐 아니냐로 레벨을 따져야 하나? 하는 반발심이 들곤 했다.


그래서 그동안 직접 느낀

친정 엄마가 육아를 도와주실 때 생기는 보통 육아와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1. 육아방식의 충돌

친정엄마는 경력자이지만 30년 전 경험이고,

나는 최신 육아서를 읽고 공부했지만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

이런 우리 두 사람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기가 신생아일 적에

나는 수유 텀을 늘리고, 수면교육을 하자고 했으나,

엄마는 아기는 울리면 안 된다고 해서 그런 것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울음소리도 우렁찬 내 딸은 엄마인 내 품보다 할미품에 안겼을 때 더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나의 발언권(?)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언제부턴가 엄마는 잠시 집안일을 하기 위해 아이에게 TV를 보여주신다. 요즘은 또 영상 노출을 최대한 늦게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내가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니 너무 예민하게 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시간만이라도 엄마가 편하게 계시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2. 손주 돌봄 비용, 얼마나 드려야 할까

많이 드릴 수 있다면 많이 드릴 수록 좋겠지만, 친정엄마에게 매월 보내는 돈은 나의 급여와 비례한다.

‘내 직업이 안정적인 공무원이어서 육아휴직을 3년 쓸 수 있었다면 좋았을까?’

‘내가 대기업에 입사해서 더 높은 급여를 받아 더 많은 금액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내 생각만으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남편과 상의해서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금액을 말씀드렸고 흔쾌히 합의(?)하셨다. 사실 나는 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오시는 것도 아니고 내가 친정집에 들어갔기 때문에 생활비 부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일단 우리 상황에 맞게 정한 이후로는 주변에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제삼자인 사람의 입에서 "요즘 시터 시급이 얼마이니 이리이리 계산해서 이 정도는 드려야 한다" 거나, "그 정도면 충분하지 뭘 그래" 이런 식의 참견은 절대 금물이다.



3. 엄마의 체력 고갈을 지켜봐야 하는 것

엄마의 육아 방식대로 아기를 자주자주 안아주어서 일까

아이를 봐주신 후로 엄마는 어깨, 허리, 손목 안 아픈 곳이 없으시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육아를 시작하신 후에 더욱 자주 병원 치료를 받으셔야 했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다니면 좀 나아질 줄 알았으나 첫 한 달은 적응기간이라 더 힘들었다.


그러다가 결정타로 엄마가 충수염 수술을 하게 된 날,

회복까지 고려하면 최소 2주일이 걸릴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발을 동동 굴렀었다.

충수염과 육아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가 입원해서도 '딸 회사는 어떡하나?', ' 손주는 어린이집은 어떡하나?' 걱정하시는 모습에 지켜보는 나의 마음도 너무 아팠다.  

환갑이 넘은 엄마의 체력과 시간을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친정엄마가 함께 하기 때문에 분명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육아가 드라마틱하게 쉬워지거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아이의 육아를 내가 주도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의 오랜 콤플렉스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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