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 남는 소스를 만들어가는 여정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학창 시절의 나로 데려다주기도 하고, 우연히 스치듯 지난 낯선 이에게서 나는 향수 냄새가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하고, 기분 좋게 한잔 걸치며 먹었던 음식의 맛은 그날의 추억을 아련하게 기억하게도 한다.
나에게 소스란 그런 존재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처음 맛보며 느꼈던 짜릿한 그 감각, 향, 농도...
그때 익혔던 소스들을 만들 때면 그 시절의 나로 데려다 가슴을 설레게 한다.
우리나라에도 세계 각국의 소스들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이미 한국화가 되어 있어 현지에서 느꼈던 그 설렘을 느끼게 해주는 소스들은 사실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마니아층이 찾는 맛이라 그렇겠지.
레꽁디멍을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
· 과연 소스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 음식인데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사실..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장을 해야 할까?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팝업행사를 진행해 볼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내 소스를 맛보게 해야 더 다가갈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 보면, 어김없이 연쇄적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휘감긴다.
지금 포장지로 충분할까? 하나의 소스만 구입하더라도 선물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박스를 제작할까?
아니야. 그러면 부피만 너무 큰 소위 쿠팡식 포장이 되는 건 아닐까?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팸플릿을 만들어야 할까? 먹는 방법까지 소개를 해야 하나? 이걸 담는 쇼핑백은?
음식을 판매하는 거라 레스토랑을 했을 때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생소한 고민들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비대면으로 내 소중한 상품을 만나게 될 고객들이, 구매했을 때의 설렘과 택배로 받았을 때의 행복감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하나를 제작함에 있어서 조금 더 많은 걸 주고 싶은 거겠지.
혼자 식품 브랜딩을 하는 사장님들(계시겠지..?)이 존경스러워지는 하루하루다.
요즈음은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다양한 소스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게 참 아이러니한데, 고객들은 다양한 종류를 여러 개 맛보고 싶어 하기에 종류를 많이 갖추면 좋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종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재고가 쌓일 수 있어 기피하는 방식이다. 극과 극의 사이에서 정교한 줄다리기가 필요하달까.
나중에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아직은 대량 주문이 많지 않은 시점에 소스를 좋아하는 1인 사업가가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사치가 또 언제 있겠는가.
사실 지금은 이런저런 걸 따지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맛 보여주고 싶고, 더 다양한 소스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인 듯하다.
이러다 자선사업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군가에게는 나의 이런 마음이 통할 거라는 것.
누군가에게는 여행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이,
또 누군가에게는 떠나고픈 여행지를 그리는 설렘이,
또 어떤 이에게는 한국의 식자재와 융합된 소스를 통한 순수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