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바다와 유럽의 숲의 만남
감태는 나에게 늘 영감을 주는 식자재 중 하나이다. 해조류를 좋아하는 나에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해조류를 이용해 반찬으로 사용하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해조류는 굉장히 비린 식자재로 인식되어 섣불리 메뉴에 함께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식자재로 인식되어 왔다.
요즈음에는 조미김의 위상이 드높아 전 세계 어딜 가도 찾을 수 있고,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식자재가 되었지만 여전히 김의 바다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런 탓에 해조류는 늘 나에게 숙제처럼 느껴졌었는데, 감태를 만난 후 알았다. 이 맛이라면 통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은은하게 바다향이 나지만, 야리야리한 자태를 가지고 있어 입안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 마치 눈꽃빙수처럼 흐드러져 내리는 그 맛은 여느 김과는 달랐다.
많은 레스토랑에서 이러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감태를 이용한 초밥 혹은 감태로 무언가를 싸 먹는 형태로 제공하곤 한다. 가격적인 면도 있고, 쉽사리 접할 수 있는 맛이 아니기에 그 향을 최대한 살려 즐기기 원하는 셰프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레꽁디멍 와인바 시절, 나는 그와 반대로 접근을 해보았다.
고급 식자재로만 여겨지던 감태를 버터로 재탄생시켰던 것이다.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와 함께 제공을 했었는데, 오리지널 버전은 파슬리를 이용한 마늘 버터를 듬뿍 올려주는 반면 나는 감태 마늘 버터를 올려주었다. 흙의 향을 가진 달팽이와 바다의 맛을 가진 감태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시도를 했고, 예상 적중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질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몸보신을 할 때 땅과 바다에서 나는 모든 식자재들을 모아 한데 모아 먹는 걸 생각해 보면 이보다 더 보양이 잘 되는 조합은 없는 것이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감태를 어떤 식자재와 만나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찰나
아! 트러플도 땅의 여신이잖아? 또 한 번 땅과 바다. 한국의 바다와 유럽의 숲을 만나게 해 볼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언뜻 두 가지 모두 향이 강해서 자칫 두 식자재가 가진 매력을 서로가 덮쳐버리진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가교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고소한 견과류를 엮어주니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그리고 고급진 풍미를 가진 페스토가 탄생을 했다.
사실 이 페스토를 만들면서 생각지 못했던 시행착오들이 있었는데,
생감태, 구운 감태... 에서부터 시작해 감태를 선별하는 것부터, 다양한 나라와 브랜드에서 나오는 트러플 중에서 최적의 맛을 추려내기 위해 테스트를 하고.. 그 외 재료들과의 조화를 맞추기 위한 비율 테스트까지... 언뜻 들으면 별거 아닌 작업인 듯 하지만 한 끗 차이로 고급진 맛과 평이한 맛이 갈라지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 세우곤 했다. 메인 재료들이 향이 강하다 보니, 테스트를 거듭하면 할수록 어떤 게 어떤 맛이었는지 헷갈리기도 하고 도대체 내가 뭘 만들고 싶은 건지 의구심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메뉴개발이라는 게 참 재미있는 작업인 동시에 굉장히 까탈스러운 일이라 하나의 메뉴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세워져 예민해지곤 한다. 놀이인 동시에 스트레스 거리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머릿속으로 그린 그 맛을 실제로 구현해 냈을 때의 짜릿함에 중독되어 자꾸만 신메뉴들을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탄생한 신메뉴, 감태 트러플 페스토.
이제 명이나물의 시즌이 끝나 더 이상 생산을 할 수가 없어 부랴부랴 작업한 신메뉴이지만, 명이나물처럼 시즌성으로 나왔다 사라지는 식자재가 아니라 스테디 메뉴로 가져갈 수 있는 메뉴 중의 하나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즌별로 그 계절을 대표하는 식자재들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매번 바꾸자니 1인 사장은 하루가 부족하다.....
얼른 스테디메뉴의 윤곽이 잡혀서 안정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불쑥불쑥 들기도,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내 맘대로 하겠나 싶어 좀 더 늦게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마음도 드는 요즈음.
알다가도 모를 사장 마음...
분명한 건,
열심히 만든 내 소스를 누군가 먹어주고 또 좋아해 준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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