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브랜드 따라해보기
레스토랑은 해봤어도, 택배로 식자재를 판매하는 건 처음이라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아직도 하루하루 배워나가고 있다.
비슷한 종류의 소스를 판매하고 계시는 사장님들을 벤치마킹하기도 하고, 택배로 시켜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는데 식료품을 전국으로 보낸다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닌 듯하다.
첫 주문이 들어온 날, 부랴부랴 택배 박스를 구매하고 아이스팩들을 끌어모아 발송을 시작했다.
여기서 간과했던 건 내가 지금 보낸 택배는 상온 상태에 계속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보냉이 전혀 되지 않는 박스다 보니 날이 조금만 따뜻해져도 아이스팩이 녹아 버렸고, 심지어 후무스같이 발효가 잘 되는 제품 같은 경우는 뚜껑이 열려서 도착하는 경우까지 발생해 버렸다.
용기에 맞춰 아이스박스를 구매하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병을 비닐로 실링 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다행히 이번 포장에서는 처음 발생했던 병폭파(?)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렇게 포장방식을 유지하는 듯했으나 뭔가 다른 택배들과는 다르게 도착하자마자 레꽁디멍에서 온 택배라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테이프를 주문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했을 고객분들께 설레는 마음으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이스박스에 병 실링, 그리고 테이핑까지 하니 제법 그럴싸한 느낌의 택배박스가 만들어졌다. 외부가 갖춰지니 이제 내부에도 레꽁디멍의 정체성을 넣어주고 싶어졌다. 각 소스별로 간단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소스가 가진 느낌을 표현하는 엽서를 주면 소스별로 엽서를 모으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이제 또 엽서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각 소스마다 그 소스가 탄생한, 혹은 그 소스로 유명한 도시나 마을의 모습을 표현한 엽서를 제작했다. 엽서 제작은 처음이라 첫 엽서는 너무나도 얇아 A4용지와도 흡사한 엽서가 도착해 버렸다. (이럴 거였으면 그냥 집에서 프린트했어도 됐을 텐데...) 이것도 다 인생 경험이겠지... 하며 마음을 추스르며 어느덧 4번째 엽서를 만드는 날. 내가 생각한 정도의 퀄리티가 탄생! 이제 제법 브랜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구나!라고 안일한 생각을 하던 찰나. 택배 사고가 발생했다.
원래 월~금까지 주문을 받아 금요일 주문까지 발송하면 토요일에 도착했었는데, 분명 "배달완료"라고 떠있던 주문이 그다음 주 화요일에 도착한 것. 다행히 날씨도 추웠고 주문량이 많았던 건이라 아이스팩을 넉넉히 넣었더니, 제품은 여전히 차가웠다고 고객님께서 말씀하셨으나 마음이 무거웠다.
택배사를 바꿀까.. 생각하다가, 이런 상황은 다른 택배사에서도 발생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월~목'까지만 발송하기로 결정하고,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를 열었는데, 스티로폼이 휘날려 청소를 해야 했다는 고객님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아이스박스를 과감하게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혹시나 택배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어 다른 대표님들의 상품들을 구매해보기도 하고, 테스트를 하고 있는 중인데 사실 무더운 여름에는 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을 듯하다.
단순히 택배박스뿐만 아니라, 유리병 스티커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레이블 도장, 각종 스티커, 테이프, 엽서까지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나만의 색깔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디자인들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바꿔볼까?' '아니야. 심플하게 가는 게 좋지.' '더 좋은 디자인이 있는 것 같은데...' 등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을 하곤 한다.
3종 세트 구성을 구상하고 있는 지금, 이미 시안을 다 넘겨서 제작이 되고 있는 와중에도 더 나아 보이는 디자인들을 보면 '1천 장이나 되는 재고를 갈아엎어도 되려나?' 싶기도 하고... 수없이 마음이 흔들린다.
하나의 패키지를 만들면 후속작으로 종이백은? 보냉백? 에코백을 해볼까?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다른 대표님들도 모두 나와 같은 과정을 겪었겠지.. 라며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평소에는 별거 아닌 듯 스쳤던 모든 상품들이 이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패키징은 어떤지, 유통기한은 어떤지, 재료는 뭐가 들어가는지 등 일일이 꺼내 들고 사진을 찍어가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하루하루 부딪히다 보면 이 또한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겠지.
홀로 하는 고군분투가 힘들어서 말동무라도 해줄 수 있는 직원이라도 뽑아야 하나...
고민하는 1인 사업가의 고충기.
Each day, I’m becoming a better version of myself.
매일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