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동화] 그 바위, 그 바우 1

나는 동학사의 바위다

by 숲별바람


* 이 동화는 필자의 등단 작품입니다.

동학사 근처에서 천 년 이상 몸을 지탱하고 있던 그 바위, 어느 날 우연히 동학사를 찾은 소년과의 오래된 인연은 과연 무엇일까요?






어젯밤부터 날씨가 추워지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눈이 오기 시작했어. 솜조각 같은 눈송이들이 흩날리면서 사락사락 쌓이고 있어.

눈 오면 좋아하는 건 언제나 애들이지.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산을 오르면서 뭐가 그리 신나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즐거워하더군.

그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흐뭇해.

정말 오랜만에 오는 눈이야. 솜이불을 덮은 계룡산의 모습이 너무도 의젓해 보여.

사람들은 계룡산의 신록을 으뜸으로 치지만 불타는 듯한 가을 단풍도, 눈 덮인 겨울산도 참으로 멋지지.

산은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을 뿐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 그래서 사람들이 산을 찾나 봐.

이곳 계룡산도 주말이면 등산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특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초봄이나 단풍이 드는 가을이면 말도 못 하게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내리지.

하지만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 되면 사람들의 발길은 뜸해지기 마련이야.

그럴 때면 조금 외롭기는 해도 나름대로 조용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어.

어느새 내 머리 위에도 하얀 눈송이들이 쌓이기 시작했어.

이대로 포근히 겨울잠을 자고 싶어.

산속을 누비며 고운 노래를 뽑아내던 새들도,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니던 동물들도 모두 자취를 감추어서 조용하기만 한 겨울산이야.

하지만 잠은 안 오고 오히려 머릿속은 달무리가 진 하늘처럼 환해지는 건 어쩐 일일까? 내가 생각이 많은 바위이기 때문일까?




난 내가 몇 살이나 되었는지 잘 몰라.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어 왔지만 그 세월의 길이가 너무 길어 짐작도 못해.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아주 오랜 옛날 백제라고 하는 나라가 있었다는 거야. 그 후에 신라라는 나라가 이 땅을 다스리고 그다음에는 고려, 그다음에는 조선, 그리고 이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다스리게 되었어.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냐고? 에헴! 나이가 많아지면 보고 듣는 것이 많으니까 당연히 아는 것도 많아지지.

그러나 내 주변에 있는 돌멩이들이나 새들이나 나무들은 전혀 몰라.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정말 그런 일들이 있었나요?"

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을 짓지.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공연히 수군거리지.

내가 모를 줄 알고? 내가 나이 많다고 은근히 상대 안 하는 것 다 안다고.




내가 서 있는 곳은 동학사 맞은편, 그중에서도 계곡을 끼고 있는 곳이야.

동학사는 충청도의 유명한 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특히 불공을 드리러 온 신도들은 꼭 들러가는 곳이지.

생각을 하다가 어느 순간 깜박 잠이 들었다 싶었는데 눈을 떠 보니 벌써 봄이 왔나 봐.

아직도 산 중턱 군데군데에 잔설이 머물고 있지만 내 몸으로 스며드는 바람의 감촉이 달라졌거든.

나무마다 눈이 트고 바람은 매워도 따스함이 느껴져.

조각조각 떠 있는 얼음장 밑으로 맑은 물이 조금씩 흐르고 있어.

아! 갑자기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싶어져.

봄이 왔다 싶으면 하루가 다르게 주위 환경이 바뀌기 시작하니까 정신을 차리고 계절에 적응해야 해.

아니나 다를까! 이내 나무마다 새순이 돋고 발 밑이 간질간질하기에 내려다보니 새싹들이 머리를 들기 시작하는 거야.

새들은 하늘에 제멋대로 선을 그으며 날기 시작하고 그동안 어디 갔는지 꼭꼭 숨어 있던 동물들이 하나 둘 튀어나오고 있어.

내 마음도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민들레 홑씨처럼 가볍게 둥실거리기 시작했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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