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자율화는 왜 사라졌을까
나는 교복을 입었다가 교복 자율화로 사복을 입었던 세대다.
중학교에 다닐 때 입었던 교복은 단순한 색에 단순한 디자인이었다.
여학생은 기본적으로 상의와 치마를 입었다.
동복은 검은색 상의와 검은색 치마였고, 상의에는 흰 칼라를 달았다.
춘추복은 흰색 상의(계절에 따라 반팔, 혹은 긴팔)였고 검은색 치마였다.
겨울에는 검은 스타킹을 신었다.
코트 색도 군청색 계열로 통일되었다.
신발은 검은색 구두, 청색 운동화만 신어야 했다.
머리는 귀밑 3센티미터 정도의 단발만 허용되었다.
학교에 등교하려면 교문 앞에 선도부 학생들과 선생님이 지키고 섰다가 학생들의 복장을 검사했다.
혹시 귀밑으로 3센티미터가 넘는 길이의 단발머리나 교칙에 맞지 않는 복장이라면 교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벌을 받거나 이름이 적혀 담임 선생님한테 전달되었다.
교복은 이해할 수 있어도 단발에서 귀밑 몇 센티미터가 뭐 그리 중요했을까?
그러다가 교복 자율화, 두발 자율화가 되었으니 학생들에게는 얼마나 신세계였을까!
두 가지가 한꺼번에 시행된 게 아니라 1982년에 두발 자율화, 1983년에 교복 자율화가 추가되어 시행되었다.
어제까지 단발머리만 했던 학생들이 머리를 자유롭게 기르거나, 쇼트커트를 하면서 멋을 냈다.
그 다음 해에는 교복 자율화로 모든 학생들이 사복을 하고 학교생활을 했다.
TV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옷들을 광고했고, 메이커가 있는 운동화를 신는 게 학생들의 로망이었다.
교복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우려했던 상황들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나타났다.
우선 빈부 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부유한 학생들은 브랜드 옷들을 걸쳤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옷차림에서부터 가난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등교할 때 교복만 입으면 끝났는데 날마다 거울 앞에서 무얼 입을지 고심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운동화도 메이커냐, 메이커 아류냐, 비메이커냐로 빈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점은 청소년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체격이 크고 성숙해 보이는 학생들은 대학생 같고, 체격이 작은 학생들은 초등학생 같았다.
모르긴 몰라도 탈선하는 청소년들이 전보다 늘어났을 것이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컸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니까 언제부턴가 교복 자율화가 무색해지면서 교복을 입는 학교가 늘어나고 결국 교복 자율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