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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석 Aug 23. 2024

카드 꽂는 사람들

누군가가 "제발 우리 아이만은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할 것만 같다

 집을 나서는데 태국 마사지샵 홍보 카드를 뿌리고 다니는 아저씨를 마주쳤다. 

몇 달 전에는 내가 사는 건물 현관의 작은 틈을 향해 홍보 카드를 집어넣는 또 다른 아저씨를 보았다. 

그 모습이 흥미로워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척을 하며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들의 모습은 나름대로 이 일의 전문가처럼 보였다. 그들은 누가 보아도 등산을 정말 좋아할 것 같은 옷차림을 하고 다닌다(꽤 커다란 무릎 보호대도 하고 다닌다). 그들 나름대로 경험을 쌓으면서 정착한 최고의 장비가 아닐까. 하기야 등산복이란 활동성에 최적화된 옷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그들이 지나간 차의 창문에는 그들의 카드가 꽂혀있다. 마치 헨젤이 빵조각으로 지나온 길을 표시했듯이. 이렇게 생각하니 그들의 행동이 썩 기분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내 차에 카드가 꽂아져 있다면 모르겠지만. 다행히 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닌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내가 사는 동네의 모든 차들의 창문에 카드가 꽂혀 있다면, 이 동네가 점령당한 듯한 느낌이 들어 왠지 꺼림칙할 것 같다. 그들이 우리 동네의 마지막 차를 점령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제발 우리 아이만은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할 것만 같다. 그러면 그들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카드를 툭 꽂고 옆 동네로 향할 것이다. 

 아무튼 누군가 한낮에 등산객 복장을 하고 혼자 이곳저곳 쉴 틈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면, 아마 그는 카드를 꽂고 있을 것이다(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오해는 말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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