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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오르 Oct 06. 2015

할머니의 리어카


 말복 오전 중간 때이다.
 새벽부터 달궈진 아스팔트 언덕길을
 폐지를 실은 리어카가

저 혼자 꿈틀거리며 올라가고 있다.
 
 잘못 보았나 싶었는데
 앞머리에서 인형처럼 조그만 몸뚱이 하나

불쑥 일어섰다 사라진다.
기억자 몸 되어 리어카를 견인하는

할머니의 작고 여윈 몸이다.
 
 순간, 울분인지 부끄러움인지
 무언가가 얼굴을 할퀴고 지나간다.
 
 노년이 저렇게 고단하다니,
 무슨 사연이 저 할머니를 말복의 거리로

 야멸차게 내몰았단 말인가..
  
 스쳐가는 차 안에서 남길 위로의 말도 없이

 까맣게 탄 안타까움만 떨구고 간다
 
 처서가 지나 가을이 오면
 저 고단함이 조금은  누그러지려나...
 
 나는 또 저 길을 어떻게  지나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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