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 오전 중간 때이다.
새벽부터 달궈진 아스팔트 언덕길을
폐지를 실은 리어카가
저 혼자 꿈틀거리며 올라가고 있다.
잘못 보았나 싶었는데
앞머리에서 인형처럼 조그만 몸뚱이 하나
불쑥 일어섰다 사라진다.
기억자 몸 되어 리어카를 견인하는
할머니의 작고 여윈 몸이다.
순간, 울분인지 부끄러움인지
무언가가 얼굴을 할퀴고 지나간다.
노년이 저렇게 고단하다니,
무슨 사연이 저 할머니를 말복의 거리로
야멸차게 내몰았단 말인가..
스쳐가는 차 안에서 남길 위로의 말도 없이
까맣게 탄 안타까움만 떨구고 간다
처서가 지나 가을이 오면
저 고단함이 조금은 누그러지려나...
나는 또 저 길을 어떻게 지나갈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