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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오르 Sep 30. 2015

노점상 할머니

애잔하다




작년까지는 보이셨던 것 같은데,

한동안  안보이셔서

잊고  있었는데..


오늘 문득 그곳을 지나오다가

새로운 할머니가 쪼그리고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밀려오는 허~한 마음에 뒤돌아서

예전 할머니를 찾아본다


뙤약볕 삼복에도 그 자리에

칼바람이 담벼락을 할퀴는 음력 정월에도

늘 그 자리에 노점을 벌이셨던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들어 보이셨던 분

 

무슨 사연이 있으시기에 노상에서 소주 한 잔으로

한겨울 추위를 종일 버티셨던

인생의 백전노장은 어디  가고..


나이를 잊을 만큼 드셨는지 아무에게도

나이를 말해주지 않으셨지만,

날마다 가져온 물건을 일찍이 떨이하시는

제법 수완 좋은 할머니 셨는데..


이제는 남은 나이를 어느 한적한 곳에서

당신에게 헐값에 떨이라도  하셨는지


지나온 길에 그 자리에 어설픈 자세로

새로이 앉아 계신 새 사람이

낯설게만 다가오는 것은  왠지...


이름도 나이도 어디 사시는 지도 몰랐었지만,

늙은 수세미처럼 텅 비고 쭈한 노파였지만,

누구보다도 강인하셨던 한 분의  수그린 그림자가

내 뒤꿈치를 붙잡고서


"부디 나 여기 있었음을 잊지 말아 주시게"하고 애잔이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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