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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오르 Jun 22. 2017

세숫대야

세숫대야 -



욕실 한구석에 버려진 듯 놓여 있지만

당신은 참 속 넓은 군자입니다


못나고 꾀죄죄한 얼굴을 염치없이 묻고

냄새나는 발가락을 허락 없이 담가도

때로는 때 묻은 걸레를 무참히 쑤셔 넣어도


그 넓은 가슴으로 기꺼이  받아들여

한바탕 첨벙대며 놀아주고서

깨끗한 모습으로 되돌려주니 말입니다


그리곤 새까마진 속은 미련 없이 텅 비워내지요

당신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더러움을 맞이하기 위해...


그러니 진열장에 귀한 그릇은 많지만

습기 찬 욕실에 덩그러니 내버려진

당신만 한 큰 그릇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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