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오르 Sep 24. 2015

미움의 굴


 한 사람이 굴을 파고
 '미움의 굴'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열심히 그 굴을 파들어 갔습니다
 아예 평생을 그 깊은 곳에서 살자고 작정하고

깊이 파들어 갔습니다
 
 마침내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간 줄 알았는데

 그 때 바로 옆에서 또 다른 열심히

파내려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 둘이는 경쟁심이 생겨

무작정 파고 들었습니다
 이젠 미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파는 것이 목적이 된 것입니다
 
 문득, 어느 깊은 곳에서 둘이는 너무 지쳐서

상대가 파기를 멈춰주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굴밖으로 나가 빛을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삽질에 힘을 빼고 회수를 줄여

드디어 처음으로 미움의 소리가 없어졌습니다
 
 미움이 멈추는 순간 이제는

누가 먼저 굴밖으로 나가는가가 관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굴밖에 선 두사람은

자신들의 무덤이 될 수 있었던
 바로 그 굴에 미움을 던져 묻고
 
 '다시는 파지 말아야 할 굴'이라고
 묘비를 세우고 평화의 땅으로 돌아갔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려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