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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오르 Sep 25. 2015

통닭의 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던
 닭장살이 시절
 
 철창에 고개만 내민 채
 하루 한 알을 낳기 위해
 물과 사료로 하루를 보내고
 
 창문도 없는 닭장 아파트에서 
 날이 새는지 지는지
 계절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알 한번 품어보지 못하고 대리모로 살았다
 
 일평생 정해진 알을 낳고서
 처음으로 트럭을 타고 나들이 나간 세상은

참으로 황홀경이었지
 
 그 대가로 뜨거운 기름열탕을 지나

노릇한 통닭으로 태어나니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내 살 뜯어가는 손들이 밉지만은 않았다
 
 명색이 날개 달린 새로 태어나
 날갯짓 한번 펼쳐보지 못한 아쉬움 남지만


닭살이 이만하면 웬만한 충신들보다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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