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던
닭장살이 시절
철창에 고개만 내민 채
하루 한 알을 낳기 위해
물과 사료로 하루를 보내고
창문도 없는 닭장 아파트에서
날이 새는지 지는지
계절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알 한번 품어보지 못하고 대리모로 살았다
일평생 정해진 알을 낳고서
처음으로 트럭을 타고 나들이 나간 세상은
참으로 황홀경이었지
그 대가로 뜨거운 기름열탕을 지나
노릇한 통닭으로 태어나니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내 살 뜯어가는 손들이 밉지만은 않았다
명색이 날개 달린 새로 태어나
날갯짓 한번 펼쳐보지 못한 아쉬움 남지만
닭살이 이만하면 웬만한 충신들보다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