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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오르 Sep 28. 2015

노인의 눈

피하고 싶은 눈



노인의 눈은 겨울 들판처럼 허전하다

세월의 바람을 모두 빨아들여서인지
초점 없는 눈동자에는
흔들림도 일지 않을 정적만 남아있다

저 머나먼 동공 끝 까칠해진 망막만
늦게 도착한 영상들이 정리되지 않아
지지직거릴 뿐이다

그 긴 여정의 아름다웠던 꽃길과

오솔길과 언덕은 어디 가고,
숨 가빴던 언덕배기길과
소나기 오고 북풍한설 설치던 그 길들의

고단한 기억들은 또 어디로 가고,

빛이 사라진 눈은 가물거리는
생명의 추억들을 차마 이별하지 못해

오늘도 휑한 눈으로
당신과 나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세상에서 가장 허망하고 슬픈 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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