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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구일 Mar 19. 2021

부자되는 법

돈을 돈으로 볼 줄 아는 법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정 사회에서 시간에 대한 매개체이다.

이 글은 정말로, 정말이지 언젠가 꼭 쓰고 싶었다.


나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왔다.


타인의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이자 흔히 말하는 갑부들이 보기에 가소로워보일지라도.


적어도, 동네에서 가장 부유한 편에 속했다고 자부한다. 


2000년도 플레이스테이션1이라는 콘솔게임기와 DDR패드를 가지고 있었으며, 집에는 차량이 2대가 있었고, 원하는 장난감이나 게임들은 몇 밤씩 자고나면 생일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에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 먹고싶은 음식은 말만하면 다음날 저녁에 맛볼 수 있었으니.


펜티엄 1, 2, 3 시리즈가 나올때마다 우리집은 컴퓨터를 바꿨었다. 심지어 그 이전, 내가 5-6살 적에도 DOS기반의 컴퓨터로 게임을 즐겼으니. 어째, 어린 나이에 충분한 부를 누렸겠다.


성인이 되고나서도 나는 돈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정수기에서 물이 나오듯, 내가 필요한만큼 요구하면 부담없이 쓸 수 있었는데 이는 성인으로서 잘못된 경제관념을 가지게된 원인이기도하나 돌이켜보면 감사하고 또 감사하지 않을 이유 없을 뿐이다. 행복했던 것으로 충만함 넘친다.


다만 나는 20대 초반, 성인으로서의 발자국을 내딛은 시점부터 문제를 자각하고는 있었다.


여느 드라마나 소설에서 보듯, 아버지의 그늘에 가리어질 것이라고. 내 힘으로 번 돈은 단 한 푼도 없을 것이라고. (유복했던 탓에 집안에서는 내가 좀 더 큰 일을 시작하길 바래왔으며 그 흔한 아르바이트 하나 승낙하지 않았다. - 그럼에도 호기심과 의리가 넘쳤던 나는 친구와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물론 번 돈은 나의 고기와 술을 위해 헌납했으며, 어딘가 내 체세포로 자리했으리라)


그냥저냥 대다수의 국민이 그러하듯 대학을 진학했으며, 그냥저냥 대학생활을 만끽했다. 멍청하게도, 그러나 만족스럽게도 PC방에서의 생활을 강의실에서의 생활보다 오래한 듯한..


집에서 '그 비밀'을 숨긴 탓에 어엿한 장교로 임관까지 했다. 내가 장교를 하게된 것은 가족 내력과 아버지의 조언이 한 몫했다. 사병에 비해 돈을 많이 준다는 사실까지도.


소망하던 장교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가족들에 의해, 풍족한 생활과 유복했던 나날들을 회상하며 길러진 자존감으로 어찌어찌 버티고 그와중에 자존심까지 가세해 나를 '유능해 보이는 장교'로 키워냈지만


군생활 2년 남짓한 시기 기울어 가던 가세가 두 눈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로부터 1년 뒤, 우리 가족은 돈이 없어 정든 고향을 떠나 시골살이를 하게되었다. 누군가 심각하게 여길지 몰라 첨언하자면, 그냥 그랬다. 돈이 없는걸 뭐.


신은 노력하는 자를 배신하지 않는지, 나의 군생활은 6년 4개월짜리 였다. 군대가 숙소 하나만큼은 기가막히게 챙겨주기에 내 몸 하나 건사하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가족들이 걱정되기는하였다.

아들로써 이 지경까지 올 때까지 타향살이 하느라 몰랐던 것이 사무칠때가, 스스로를 멍청이라 여길 때가 잦았다. 


내 자존감과 긍정의 근원, 아버지께서는 훗날 이렇게 말씀하신다. "안다고 뭐 달라지냐-"



'그래서 부자는 언제되는데?'


모른다. 확언할 수 있는 사실은 나는 이미 부자라는 것이다. 


집을 잃은 당시의 나는 유독 돈에 집착하게 되었다. 일에 몰두했으며 소비를 줄이고 가족들에게 용돈을 보냈다. 전역을 기약하며 사업구상을 하거나 '돈을 많이 주는' 기업에 대해 파악하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인터넷에 나돌던 어느 글을 마주하게 됐는데 이 글이 내가 부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어쩌면 돈을 떠나 즐거운 나의 인생으로 몰두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 글의 작성자는 스스로를 재벌2세라고 주장했는데 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니들이 왜 부자가 아닌줄 아냐? 그건 돈을 돈으로 볼 줄 몰라서 그래, 이게 설명하기는 되게 이상하지만.. 아무튼 부자들은 돈을 돈으로 볼 줄 안다.'


척 봐도, 


'아니, 그럼 돈이 돈이지 뭐야?'


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지금에 와서야 이것이 언어가 미치는 표면적 사고의 영향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당시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럼 돈이 돈이지 뭐야? 내가 모르는 무언가 있는건가?'


부자가 되고싶다. 부자가 되어야한다.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한다. 내가 집안의 기둥이다.


돈을 돈으로 볼 줄 아는 법. 그 것에 대한 궁금증, 껄끄러움. 그래 그 풀리지 않는 껄끄러움과 인터넷 낭설이 주는 미심쩍음이 공존한 채 내 안에서 그 미스테리는 점점 커져갔다.


그러던 중, 나갈 집을 정리하면서, 어머니와 난생 처음으로 부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정확히는 그 집에서 나가기 전, 내 명의로 받은 1,000만원의 작은 대출로, 어머니께 꾸려준 작은 점포를 무자비하게 처 부수며. 각목과 망치를 휘두르곤 다시 나갈 집으로 돌아와 이상하리만치 맛있는 점심을 먹고선.


"엄마, 난 진짜 부자가 될라고요. 우리 가족, 여태 잘 살았는데. 성실하고 착하게 살았는데 먹고싶은 것 만큼은 마음껏 먹어야지. 매일 아침 삼겹살, 점심에 소고기. 저녁엔 초밥이나 피자 어때요"


어머니는,


후후- 하며 웃으시더니 내게 말씀하셨다. 정말이다. 뇌리에 박혀 근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잊혀지지 않을 말씀을


"아들, 고고하게만 살어. 돈은 좇으면 도망가"


이 때 나는 머리가 울려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 사실 아무말은 했다. '고고하게만.. 돈이 그렇지'라고 되뇌었기에.


일전에 본 인터넷 낭설, 돈을 돈으로 볼줄 알아야해가 함께 머리에 울려 퍼졌다. 2차 기시감이 든 것이다.


그 때부터 내 측두엽이나 후두엽의 어딘가엔 '돈을 돈으로 볼 줄 아는 법'에 대한 주제가 못박혀있었다. 이것만큼은 풀어내야 내가 부자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 나는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을 읽게 되나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해답을 알게된건 부대 영내를 거닐던, 여느때와 다름없이 우리 병력들이 잘 있나, 울타리에 이상은 없나 돌아다닐 적이었다. 그리 힘들지도, 땀을 비질비질 흘리지 않을 정도의 일을 멍- 하니 수행하고 있을 때 번뜩였다.


내가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당시 얻은 깨달음과 현재까지의 내 생각을 공유한다.


대개 사람들은 '돈'을 최상위 가치로 여기거나 목표점으로 삼는다. 심지어 인생의 목표를 부자- 즉,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착각하며 산다. 


돈이라는 것은 매개체일 뿐이다. 본질이나 핵심이 없다시피하며 돈 자체로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돈이 대체 무엇인가?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하나. 돈은 표상적인 약속이나 기호에 불과하다. 돈 자체는 아무런 가치를 갖고있지 않다.

둘. 돈은 '가치'를 따른다.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으며, 돈의 흐름 속에 가치가 있다.

셋.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정 사회에서 '시간'에 대한 매개체이다.


돈,

돈,

돈.


돈이라는 표면만을 바라보며 달려드는 이는 한 발 늦을 뿐더러 영원한 부를 가질 수 없다.

내가 배우고, 쌓아 누적된. 나만의 가치가 곧 돈으로 대변되는 것이다.


재화든, 노하우든, 인맥이나 성품, 특별한 재주든. 그 가치를 공통적으로 누리기 위한 매개체. 그것이 돈.

시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시간에 대한 매개체. 사람을 부린다면 그 사람의 시간을 교환할 수 있는, 멋진 명품 브랜드가 쌓아올린 인지도, 그리고 그 기술력을 대신 할 수 있도록 만든 '도구'이자 '수단'에 불과한 그 돈.


아파트, 수 년에 걸쳐 짓는다. 수많은 인력과 건축 장비가 동원되며 이들을 동원하기 위한 인프라- 혹은 경험, 정보가 있어야할 것이며, 내/외장재를 선택해야하고 또 구해야하며 충분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측량과 검토를 받는다. 대개의 제품이 그러하다.


명품 가방을 예로, 당신이 그 가방을 만들기 위한 가죽과, 실과, 바늘과 재봉틀. 그 도면을 그리기까지의 경험, 또 그 재료와 경험을 한데 모아 단 하나의 가방으로 만들기까지의 제작 소요 시간. 


나 홀로 처리하지 못할 나만의 생각과 계획들을 나누어 행할 나의 분신, 내가 존중하고 배려 마땅한 나의 소중한 직원.


당신은 그러한 것들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돈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돈을 돈으로 볼 줄 아는 것은 그런것이다.


당신은 부자가 되고 싶은가?


진정으로 부자가 되고 싶은가?


돈을 모으는 것이 부자의 길이라면, 돈을 축적하고 그 '크기'를 가늠하는 것이 진정한 부일 것이라 논한다면, 자신의 돈을 기회와 가능성, 가치에 내던지는 투자자들은 전부 머저리라 봄직하겠지.


그렇게 돈이 따라올, 당신만의 '가치'를 모아라.


나와 당신이 가진 꿈이, 그 실행이 가치를 쌓을 것이며 그만한 가치는,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는 우리네 '인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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