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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전 무심코 생각해본 질문. "나는 누구일까?"

공대와 미대가 반반 섞인 디자이너

by 허군

블로그에 짧은 글을 쓰기시작 한지 4년이 되어가는 어느날 , 대학동기가 브런치라는 곳에서 제대로 글을 써보는건 어떠냐고 해서, 마침 책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기에 바로 어플을 다운받고, 회원 가입을 하고, 내친김에 작가신청 까지 마쳤다. 그리고 프로필에 자기소개를 다듬고 글 쓰는 버튼을 누르고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다.


언제나 처음은 어려운것 같다. '첫글은 뭘 써야 좋을까?', '사람들이 내 글에 관심가져 줄까?'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여 제목란에 글씨를 썻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기에 글을 쓰려고 하는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첫 글의 포문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써보려 한다.


상당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남들과 다른 방향을 간 적이 있었다. 2005년 잘 다니고 있던 기계공학과를 자퇴하고 미대가서 디자인을 하겠다고 수능을 한번더 치뤘던건데 운좋게도 나는 그해 06학번 미대생이 됬고, 이때부터 내 인생이 180도 달라진 것 같다. 논리적, 이성적인 사고만 하는 남자들 사이에서,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결정을 좋아하는 여자들에 둘러 쌓인 것이다.

초등학교 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수학과 과학만 쫒던 내 머리는 디자인학과를 다니면서 혼란에 빠졌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적응해서 완벽한 미대생이 될꺼라 생각 했었는데 정말 큰 착각 이었다. 이미 내 머리속을 차지한 공업수학과 물리학은 생각보다 생명력이 강해서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예술적 감각 한테 빈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는 기분 이었다. 그렇게 대학4년을 다니다 보니 내 머리속은 공대와 미대가 섞여 '반반치킨' 같이 된 기분이었다.


이렇게 반반치킨 같이 섞인 내 머리속이 싫다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 아마 나에게 있어서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가장 큰 무기라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단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쉽게 표현할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논리를 원하지만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찾는, 남자이지만 여자를 먼저 생각해보는...이게 바로 나 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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