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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군 Feb 04. 2020

육아에 있어서는 "스마트" 하지 못한 스마트기기

육아와 핸드폰, 그리고 유튜브

 시간이 참 빠르다. 홍시는 어느덧 생후 18개월이 돼서 이제는 뛰는 속도에 스피드가 붙었다. 그렇다 보니 홍시랑 놀아줄 때 예전과 같은 여유는 사라졌다. 홍시가 뛰면 나도 뛰어야 하니 전처럼 예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주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거 같다.

 생후 18개월 차에 들어서면서 아주 많은 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홍시는 하루가 다르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터득하고 있고, 부모인 나와 정양은 홍시가 안전하게 뛰어놀고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게 홍시가 잘 클 수 있도록 뒤에서 안전장치가 되면서 좋은 인생의 가이드가 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 중인데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최근에 겪었던 몇 가지 일들이 아마 나와 정양을 좀 더 육아에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서 글을 써보려 한다.


[육아와 핸드폰, 그리고 유튜브]​

 어느 날 퇴근하고 어린이집에 홍시를 픽업하러 갔다가 담임선생님께 조금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홍시가 근래에 선생님의 핸드폰만 보면 가지고 놀려고 한다는 거다. 선생님께서는 매일 홍시 사진을 찍어서 알림장에 간단한 내용을 적어주시다 보니, 보육 도중 핸드폰으로 홍시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런데 그때마다 홍시가 선생님 핸드폰을 보면 갖고 놀고 싶어서 달려온다는 거다.

 집에 와서 정양과 함께 고민했다. 우리가 홍시한테 핸드폰 노출을 많이 시키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돌이켜보니 보통 우리가 핸드폰을 보여주는 때는 딱 하나인 것 같았다. 주말에 바람 쐬러 나가면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주로 밥을 먹기 마련인데, 그때 홍시가 가끔 소란스럽게 하면 핸드폰으로 기차 영상을 보여준다. 근데 우리가 식당에 갈 때마다 핸드폰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가끔 너무 밥을 안 먹거나 소란스럽게 할 때만 보여주는 거라 과연 이것 때문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정양과 함께 계속 생각하다 보니 우리가 놓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사진 찍고 동영상을 찍는 것! 홍시의 예쁜 모습을 사진과 영상을 남겨놓고 싶기에 핸드폰으로 항상 촬영을 하는데 이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면, 촬영하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고 촬영한 사진이 잘 나왔는지 한 번 더 보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 카톡으로 전송도 하고 그러다 보니 홍시는 자연스레 엄마, 아빠의 핸드폰 사용하는 모습에 노출되고 그 모습이 홍시 눈에는 재미있어 보였을 것 같았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블로그와 브런치에 홍시의 일기를 추억처럼 남기고 있어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라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인제 홍시가 엄마, 아빠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려고 하기 때문에 내가 먼저 핸드폰 사용하는 모습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제 회사 퇴근하고 홍시를 오후 5시 반쯤 어린이집에서 픽업하고, 잠들 때까지 약 3-4시간 정도는 최대한 핸드폰 사용을 안 하려고 한다. 사진 촬영은 정말 필요할 때만 하도록 하고, 확인은 나중에 홍시가 잠들고 나면 한 번에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과연 아이들한테 핸드폰을 비롯한 이런 IT 기기가 정말 안 좋기만 한 걸까. 물론 내가 태어났을 때는 핸드폰이라는 게 없었기에 당연히 모른 채 컸었고 어른이 돼서야 각종 IT 기기들을 접했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좀 다르다. 어디를 가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걸어 다니고, 아이패드로 책을 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크는 아이들이다. 과연 이런 시대 속에서 IT 기기들을 언제 어디까지 못하게 막아야 하고,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좋은 걸까.

 일단은 홍시가 너무 어리기에 핸드폰 노출은 최소화시키고 직접 엄마, 아빠와 몸으로 뛰어노는 게 맞는 거 같다. 하지만 계속 스마트기기를 피할 수는 없을 테니, 언제부터 어떻게 스마트기기를 이용해서 같이 놀아주면 좋을지는 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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