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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군 Feb 17. 2020

아이와 함께 주말마다 캠핑을 다니는 또 다른 이유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

 홍시가 태어나기 전 정양과 나는 캠핑을 정말 좋아했다. 오토캠핑으로 시작해서, 홍시가 태어나기 직전 여름 노르웨이 백패킹 까지, 배낭을 메고 다니며 자연 속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좋아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캠핑을 즐기다가 어느 날 우리 집에 홍시가 찾아왔다. 우리는 홍시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게 우리의 생활패턴을 바꿨고, 캠핑장비 또한 잠시 창고에 잘 정리해 두었다.

 홍시가 태어나서 첫돌이 지나고 올해 가을이 돼서 우리는 다시 창고에서 캠핑장비를 꺼냈다. 오래된 텐트는 전문 업체에 맡겨서 세탁도 하고, 아이를 위한 캠핑장비들을 조금 더 구입했다. 생후 15개월, 아직 캠핑을 다니기에는 조금 어리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 가족은 매주 주말마다 캠핑을 시작했다.

 가끔 주변에서 우리 가족을 보고 '어떻게 15개월 아이를 데리고 캠핑을 가는 거야'라고 말한다. 아마 다른 사람들 눈에는 생후 15개월 되는 아이를 데리고 캠핑을 가서 고생을 사서 하는 엄마, 아빠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캠핑을 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꾸려야 할 짐도 전보다 많아졌고, 음식도 따로 챙겨야 하고 신경 써야 할게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짐을 꾸려서 캠핑장에 가면 맑은 공기와 나무, 그리고 밤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매주 주말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우리가 매주 주말마다 캠핑을 다니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홍시를 좀 더 단단하게 키워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었다. ​

 홍시는 태어나서부터 여태까지 감기를 항상 달고 사는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열도 자주 나고 병원도 자주 다니는 편이었다. 항상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하다 보니 언제 또 열이 올라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양과 같이 앉아서 홍시의 건강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홍시는 면역력이 약한가? 아니면 원래 아이들은 이렇게 감기를 달고 사는 건가? 그러다가 혹시 우리가 너무 홍시를 따뜻하게 키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남자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시원하게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는 했다. 근데 돌이켜보니 우리는 홍시가 감기에 걸릴까 항상 집을 따뜻하게 해 놓고 키웠던 거 같다. 밖에 나갈 때에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입히려고 했고, 집안 온도 역시 항상 따뜻하게 유지했다. 그래서 우리는 홍시를 좀 더 시원하게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정양과 내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캠핑이었다.

 안 그래도 정양과 나도 캠핑에 목말라있었다. 숲 속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잔이 그리웠었다. 그리고 홍시도 함께 밖에서 캠핑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시원한 바람도 맞고, 나무와 흙을 가지고 놀면서 면역력이 좋아질 것만 같았다. 아마 다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콧물 하얗게 흘리면서 밖에서 뛰어놀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올 가을부터 홍시와 함께 캠핑을 시작했다. 약 2달 넘게 거의 매주 주말마다 캠핑을 다녔던 것 같다. 대부도, 시흥, 파주, 한강 등 주말마다 차에 텐트를 싣고 무조건 떠났다. 홍시 역시 정말 좋아했다. 밖에 데리고 나오니 장난감이 따로 필요 없었다. 바닥에 있는 돌멩이와 흙, 나무 등 모든 게 홍시한테는 장난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11월까지 캠핑을 다녔고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정말 캠핑을 다녔던 게 효과가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홍시는 정말 눈에 띄게 병원 다니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콧물은 항상 흘리는 편이긴 하지만, 감기에 걸려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는 일은 근래에 거의 없었다. 느낌상 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정양의 눈에 홍시는 많이 단단해져 있었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너무 추워서 캠핑을 못 가게 돼서 좀 아쉽긴 하지만 내년 3월이 되면 우리는 또 매주 주말마다 산으로 바다로 나갈 생각이다. 조금 수고스럽긴 하지만 밖으로 나갈 때 홍시가 행복해하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기에 우리 가족의 캠핑 라이프는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지나 홍시도 배낭을 멜 수 있는 시기가 오면 그땐 다 같이 백패킹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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