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외동의 눈물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의 이사를 하게 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다름 아닌 홍시가 다닐 어린이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 출산율에 국가에서는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어린이집 하나 보내는 게 너무 힘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홍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어린이집이 아닌 약 2km 떨어져서 차로 5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 다른 아파트 단지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정말 감사하게도 홍시는 차로 이동하는 5분을 즐거워해주고 있고,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새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아주 잘 적응해 주고 있다.
홍시가 먼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주고 있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가까운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매일 차에 태워 이동을 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뿐이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회사 내 동료들의 이야기, 학교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의 상황은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아이의 보육을 마음 편히 맡길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하늘의 별따기인 지금의 상황은 정말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국가에서 출산율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이 길어졌다. 내가 이번 글을 쓰게 된 목적은 이사를 하면서 어린이집을 알아보다가 내가 직접 발로 뛰며 알아보게 된 내용들을 공유해 보기 위해서다. 남들은 모르는 '일급비밀' 까지는 아니어도, 어린이집을 구하기 전에 미리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다면 미리 해당 시, 군, 구청의 홈페이지 고시공고를 수시로 확인하면 좋다.
일단 이번 우리 집의 경우에는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이었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의 상황에서 설명을 해보려 한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에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아파트 내에 국공립 어린이집은 생기는 건지, 만약 생긴다면 언제 생기는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예비 입주자들은 아무런 정보가 없다. 그저 다른 누군가가 정보를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알아볼 수 있다.
2017년에 500세대가 넘는 신축 아파트에는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개정안이 통과되었기 때문에 내가 입주할 아파트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들어오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개원시기와 인원과 같은 세부 정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해당 아파트의 시, 군, 구청의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들어간다. 그리고 '고시/공고' 탭을 찾아서 검색 칸에 '어린이집'이라고 검색해보면 해당 시, 군, 구청에서 진행되는 어린이집의 입찰부터 개원시기, 규모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고시/공고'에 아직 내가 살게 될 아파트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아직 기관에서도 관련 정보가 없거나 게시기간이 지나서 지워졌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두 번째 방법으로 시, 군, 구청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여성보육과' 혹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 부서의 주무관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볼 수 있다. 전화를 걸어서 내가 입주하게 될 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말하고 어린이집에 대한 내용을 문의하면 친절하게 답해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위의 방법을 통하면 대략적인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맞벌이 외동'은 1순위이지만 점수는 200점이 전부다.
나 역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 아파트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의 개원시기와 인원을 미리 체크했다. 만 2세(한국 나이 4세) 반의 정원은 14명이었다. 처음에 인원수를 들었을 때는 뭔가 입소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몇 가지를 체크해보고 나는 금방 단지 내 어린이집 입소가 희망고문임을 알게 되었고 바로 타 아파트 어린이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입소가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자격조건에 따라 1순위, 2순위, 3순위의 순서로 돌아가며 같은 순위 내에서는 치열한(?) 점수 경쟁이 시작된다. 영유아보육법의 내용에 따라 1순위 항목은 각 100점, 2순위 항목은 각 50점으로 산정되어 합산이 높은 순서로 입소가 진행된다. 맞벌이에게는 200점이 주어지고 특이사항이 없다면 더 이상의 추가 점수는 없다.
처음에 나와 와이프는 우리가 맞벌이로 받은 200점의 점수가 높은 점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자녀의 경우에 점수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1순위지만 외동자녀는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특히 신축 아파트의 경우 청약 시 다자녀 특별공급도 있고, 추첨제가 아닌 가점제를 우선으로 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당연히 자녀가 많아야 청약 당첨의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웃분들 중에 다자녀 가정이 많았고, 우리의 어린이집 입소 점수는 한참 뒤에 있었다.
실제로 입주자 예비 협의회에서 간단하게 어린이집 수요 조사를 위해 이웃분들의 자녀 현황을 파악해 본 적이 있었는데 만 2세(한국 나이 4세) 아이들은 30명이 훌쩍 넘었다. 정원이 14명인 만 2세 반인걸 알고 있었기에 나랑 정양은 빠르게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을 포기하고 근처 다른 아파트 내에 있는 어린이집을 알아봤다.
나 역시 제한된 인원이라면 당연히 우리보다 가정보육이 더 쉽지 않은 다자녀의 가정에게 순서가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동아이를 가진 부모들 역시 때에 따라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그저 타이트하게 정원이 잡혀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규모에 볼멘소리를 낼 뿐이다. 실제로 부모들에게 있어서는 이런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한 상황에 아쉽기만 하다.
아이사랑 어플에 보이는 대기 인원수를 확인했으면 그다음에는 핸드폰을 들어야 한다.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의 입소 확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되어 위례신도시 내에 있는 다른 아파트의 가정 어린이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타 단 지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어차피 200점의 점수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바로 입소가 가능한 가정어린이집부터 찾았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아이사랑 어플에서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을 한 번쯤을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입소대기가 가능한 어린이집을 체크하기 위해서 일일이 모든 어린이집에 입소신청을 눌러보면서 내 아이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데, 대기 순번을 100프로 믿기보다는 직접 어린이집에 꼭 전화를 해보기를 추천한다.
작년에 송도에 이사올 때도 그랬고, 이번에 송도에서 위례신도시로 이사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년에는 송도 내에 있는 어린이집 100군데를 넘게 전부 입소대기 순번을 체크하고 전화를 직접 걸어서 확인을 했었고, 이번에는 위례 내에 있는 가정어린이집 대부분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 전화를 하는 이유는 어플에서 보이는 대기 순번이 10위권 안쪽이었을 때 직접 전화를 하면 바로 입소가 가능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왜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지는 모르겠는데 실제로 순위가 3번째, 4번째 였을때 전화를 했더니 바로 입소가 가능하다고 연락받은 곳이 제법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작년에는 송도에서, 올해는 위례에서 우리는 다행히 홍시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구했다. 그리고 현재 홍시는 빠르게 새 어린이집에 적응해서 즐겁게 다니고 있다.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정리한다고 했는데 글 내용이 조금 정신없는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써봤다. 가장 중요한 건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데 있어서 귀차니즘을 버려야 한다는 거다. 몇 번만 클릭하면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어색하지만 어린이집에 직접 전화도 걸어보면 확실히 없던 방법도 생기는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만큼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도 없는 것 같다. 그저 작은 바람이 있다면 국가에서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신경 써서 내 주변 사람들, 넓게는 우리나라 많은 부부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자녀를 갖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