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군 Aug 10. 2021

아이가 무언가를 싫어할 때는 분명 이유가 있다

대화가 필요해

 홍시가 어느새 4살이 되고 말문이 트이면서 엄마, 아빠와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해졌다. 어려운 단어들은 아직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이제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서일까, 미운 4살이라고 불리는 지금이 육아를 하기에 가장 편하게 느껴졌다. 아이가 무언가를 좋아할 때는 왜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더 맞춰줄 수 있고, 싫어하는 무언가가 있을 때는 대화를 통해서 어떤 게 싫은지 파악할 수 있다.


 분명히 지난번 미용실을 갈 때까지만 해도 홍시는 미용실을 좋아했다. 두 번 정도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을 간 적이 있었는데 미용실에 가면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안 고고다이노 만화를 볼 수 있기에 홍시는 망설임 없이 미용실로 향했었다. 가끔 우리가 너무 집에서 티브이를 안 보여주는 건가 싶은 건가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그 덕택에(?) 홍시는 미용실에 가는 걸 좋아했었다.

 최근 홍시 머리카락이 제법 길어진 것 같아서 미용실을 한번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홍시한테 "우리 미용실 가서 머리카락 자르자!"라고 말했는데, 홍시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싫어! 미용실 안가! 나중에 갈래!"갑자기 미용실을 가기 싫다고 해서 당황해서는 일단 나중에 가자고 대답을 했다. 

 혹시나 홍시가 그냥 기분 탓에 미용실에 가기 싫다고 한건 아닐까 해서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미용실에 가자고 물어봤는데 홍시의 대답은 한결같이 "싫어!"였다. 그래서 미용실에 가면 홍시가 좋아하는 고고다이노 만화도 볼 수 있고 맛있는 간식도 사준다고 했는데, 역시나 홍시의 대답은 또 "싫어!"였다.  

 나랑 정양은 정말 며칠을 생각했다. 왜 무슨 이유로 홍시가 갑자기 미용실을 가기 싫어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홍시를 데리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자를 수 있을까. 강제로 데리고 갈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여름이라 점점 더워지니 빨리 한번 잘라주면 좋을 것 같은데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셋이서 같이 식탁에서 저녁을 먹으며 홍시한테 조심스레 대화를 시작했다. 

"홍시는 미용실에 왜 가기 싫은 거야?"

"안 갈 거야 미용실"

"미용실에 가면 머리카락 자르면서 만화도 볼 수 있는데?"

"만화 안 볼 거야"

"왜 미용실에서 만화 보는 거 싫어?"

"아니 만화 보는 거 좋아"

"그러면 왜 미용실에 가기 싫을까?"

"미용실에 누워서 머리 감는 거 싫어!"

 그때서야...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 홍시는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게 싫은 게 아니고, 자르고 난 뒤에 누워서 머리를 감는 게 싫었던 거였다.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자를 때도, 누워서 머리 감는 걸 싫어해서 옆으로 누워서 감겨줬던 게 생각났다. 그때는 그냥 누워서 머리 감는 걸 싫어하길래 별생각 없이 옆으로 누어서 감겨줬었는데 홍시한테는 그게 정말 싫었던 기억이었던 것 같다.

"아 홍시야 미용실에서 머리 감는 게 싫었구나"

"어 나 미용실에서 누워서 머리 감는 거 싫어"

"그러면 미용실에서 머리카락만 자르고 집에 와서 머리를 감는 건 어때?"

"어... 음.... 음.... 그건 괜찮아"

"아빠가 미용실에 전화해서 머리는 안 감는다고 해놓을게. 같이 미용실 갈까?"

"머리는 집에서 감는 거지? 아빠랑?"



 이렇게 대화를 끝내고 홍시는 나랑 정양 손을 잡고 아무렇지 않게 미용실로 들어가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미용실에 도착해서는 일부러 홍시가 들을 수 있게 헤어디자이너 분께 "머리는 꼭 집에서 감을 거예요"라고 이야기했다. 홍시는 정말 씩씩하게 의자에 앉아서 머리카락을 잘 잘랐고 그리고 집에 와서 욕조에서 같이 머리를 감았다.

 아이도 분명 좋고 싫음에는 이유가 있다. 무작정 "안돼", "그건 아니야"라는 말을 던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왜 그런지 한번 물어본다면 아이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이사할 때마다 가장 힘들었던 어린이집 구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