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으로 빵 먹여주는 로봇 만들기
요새는 유치원 입학설명회만 들어봐도 '코딩'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코딩이라는 단어가 막상 들으면 덜컥 겁부터 난다. 사실 나도 처음에 사립유치원 입학설명회에서 특성화 교육에 '코딩'이란 게 있어서 좀 놀랬다. "애들한테 이렇게 어려운 걸 가르쳐도 되나", "근데 코딩이 중요하긴 한 건가", "꼭 지금 해야 하는 건가" 등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사실 앞으로 컴퓨터를 프로그래밍 하는 코딩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수많은 아날로그 전자 제품들이 모니터 속으로, 핸드폰 속으로, 패드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마도 앞으로는 더 빠르게 변화할게 분명하다. 그렇다 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코딩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을 붙여보자면 코딩이라는 게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다가올지도 모르고,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직업이 생성, 소멸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아이들은 코딩이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아이는 그 외 다른 것들 (예술, 순수과학, 인문학 등)에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프로그래밍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코딩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코딩을 접하면서 배울 수 있는 "창의력, 논리력, 문제해결력"이다.
아이들을 위한 코딩은 어렵게 생각하면 안 된다. 거창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는 게 아니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이에게 '코딩'이라는 단어를 먼저 들려줘서 괜히 어렵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 생각해 보면 매일 우리는 일상에서 코딩을 놀이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점심을 집에서 먹고 커피를 한잔하고 싶어서 집 근처 카페에 왔다. 카페에 도착해서는 커피와 빵, 주스를 주문하고 홍시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홍시는 집에서 챙겨온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는 홍시를 보다가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홍시한테 이야기했다. "홍시야 우리 빵을 자동으로 먹여주는 로봇을 만들어 볼까?" 홍시는 '편하게 빵을 자동으로 먹여주는 로봇'이라는 말에 눈에 생기가 돌았다.
홍시와 함께 빵을 자동으로 먹여주는 로봇을 만들려면 뭐가 필요할지 이야기했다. 일단 우리 테이블에는 빵이 두 개 있으니 어떤 빵을 먹을지 결정해야 하고, 로봇 팔(아빠 팔)이 움직일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줘야 하고, 마지막에는 입으로 넣어주는 버튼이 있으면 될 것 같았다.
홍시는 신이 났다. 직접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올 것 같았다. 나는 홍시와 함께 이야기한 내용들을 토대로 함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 두 가지의 빵 버튼과 위, 아래, 좌, 우 버튼, 그리고 입으로 넣는 입술 버튼을 그렸다.
왼쪽 사진이 홍시와 내가 만든 최초의 로봇팔 코딩이다. 6살 눈높이에 맞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로봇팔 코딩이었다. 그리고 내 오른팔은 이제부터 로봇팔이 되었다.
처음에 홍시가 두 가지 빵 중에서 한 가지 빵 버튼을 누르면 나는 로봇팔처럼 연기하며 빵을 집었다. 그리고 위, 아래, 좌, 우 버튼을 누르면 마치 인형 뽑기 기계처럼 팔을 움직이며 위치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홍시가 입술 버튼을 누르면 빵은 그대로 입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로봇팔 코딩을 홍시와 함께 직접 실행해 보니,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테이블에 포크가 까만색과 갈색이 두 가지 있었는데, 어떤 포크를 사용해야 할지 몰라서 로봇팔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두 가지 포크와 손 모양의 버튼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포크로 빵을 집은 다음 입으로 가져가려니 각도가 안 맞아서 홍시 입으로 빵이 잘 안 들어갔다. 그래서 홍시한테 어떻게 해야지 먹을 수 있을까라고 물으니, 한참을 생각하더니 포크가 회전하는 버튼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몇 번의 로봇팔 그림 코딩을 수정해서 가까스로 홍시는 빵을 먹여주는 로봇팔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이걸 보고 "이게 무슨 코딩이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6살 아들의 아빠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최고의 코딩 놀이이자 교육이라 생각했다. 아직 어려운 조건 명령이나 반복 명령은 하지 못했지만, 코딩에 필요한 기본적인 코딩 사고는 충분히 배울 수 있었다.
- 로봇을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빵 종류, 포크 종류, 움직임 버튼, 입술 버튼 등)
- 각 요소를 어떤 순서로 배열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하면서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순서가 잘못되면 빵을 먹을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빵버튼을 안 누르고 움직임 버튼만 누르고 실행 버튼을 눌러버려서 빵을 먹지 못하는 상황도 생겼다.
- 실행을 해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포크의 각도를 바꾸지 않으니 빵이 자꾸 입으로 안 들어가고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회전 버튼을 만들 수 있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닌 '재미'로 시작한 배움은 엄청난 습득력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재미로부터 시작된 성취감은 아이들이 나중에 컸을 때, 새로운 것을 배움에 있어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는 데 있어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정양과 나도 항상 고민하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홍시가 즐겁게 무언가를 배우면서 놀 수 있을지.
아 홍시야! 다음번엔 우리 컵케이크 만드는 로봇을 만들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