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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에서 커뮤니티까지,
Verlo의 첫 1년 회고

하루하루 쌓인 마음이 서비스가 되고, 서비스가 사람을 불러온 1년의 여정

by 콩나물 석이

8월 베타론칭을 마치고 10월이 거의 끝나가니 벌써 3개월이 지났다.

무언가를 만들어 서비스를 론칭하겠다는 첫 고민은 작년 12월에 시작했으니, 많은 피봇을 거쳤지만 첫 삽을 뜬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3개월만 말하기엔 사실 그 뒤의 일들도 말하는 게 더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자세하게 남겨본다.


1. 24.12 ~ 25.4월: 헤매기

깃헙에 코드를 푸시할 만큼 마음에 드는 프로덕트의 수준이 나오지 않았고, 익숙지 않은 바이브코딩, 다양한 툴들 사이에서의 고민들, 디자인을 모르니 고민만 늘어가고, 어떤 프로젝트를 할까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 등등으로 방향과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저 기간이 아주 중요했는데, 일기를 쓰면서 내가 정말 이걸 하고 싶은 이유도 생각해 보고, 정말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 프로젝트면 하지 말자!라는 뚝심에 도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또 잘 해내야 하는 현실인데, 이게 내 취미로 에너지를 주는 일이 되려면 프로덕트 자체에 애정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Screenshot 2025-10-25 at 9.41.30 AM.png 코드 발행 기록: 뒤로 갈수록 속도가 붙고, 방향성이 생겨서 빈도가 늘지만, 처음에는 헤매느라 푸시도 못했다


2. 25.5월 ~ 7월: 영감이 오다

피앙세의 부모님이 5월에 놀러 오셔서 일주일 휴가를 내고 시애틀 곳곳을 여행했다. 머리를 비우는 과정 + 그동안의 수많은 삽질이 한 단계 큰 계단성장을 한 시기가 드디어 도래했다. 지금 만들고 있는 Verlo.Studio 의 시초, 첫 MVP를 만들기 시작한 시기이다. 내가 애정하는 것들을 모아서 하나의 프로덕트로 만들기 시작했다.

1. 숏폼이 판치는 세상에서 긴 글을 좋아하고 , 긴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사람들을 고객으로 맞이하기
2. 북미(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돕기 (예전에 내가 너무나 갈망했던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해외의 좋은 기회가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아서이다)


Verlo Studio는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 등의 긴 글을 해외 플랫폼 (서브스택, 미디엄, 링크드인, 스레드, 트위터 등)에 맞게 재가공해주는 툴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자신의 퍼스널 브랜딩이 구축되고, 본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닮은 외국인 자아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Screenshot 2025-10-25 at 9.55.49 AM.png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초창기 MVP 모습


3. 25.8월: 베타론칭, 스레드 계정 바이럴 타다.

동생이 여름방학 동안 (중학교 선생님이다) 놀러 왔다. 시카고와 뉴욕을 놀러 가게 되었고, 여행하는 동안 충동적으로 스레드 계정을 만들었다 (시카고가 생각보다 재미없어서 호텔방에 누워있다 만들었다 ㅎㅎ). 내가 느꼈던 고민들을 가볍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매일매일 발행하다, 몇 주 후 갑작스러운 알고리즘의 간택으로 바이럴이 되었다. 자고 일어나니 팔로어가 몇백 명이 늘었고, 가입자도 갑자기 증가하였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내가 느꼈던 고민이, 공감이 된다는 확인을 받았다는 점으로 너무나 감사했다.

-> 스레드 계정:https://www.threads.com/@verlo_studio

Screenshot 2025-10-25 at 9.57.06 AM.png 8월 바이럴 이후 고요한 스레드 계정, 하지만 계속 콘텐츠는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4. 25.9~ 10월: 유저와 커뮤니티, 그리고 팀원이 생기다.

10월에 "Verlo를 이용하여 해외 플랫폼에 글 10편 발행 챌린지"를 운영하였다. 9월에 기획할 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많이 두려웠다. "내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할까"부터, "아직 부족함이 많은데 써보시다 실망하시면 어떡하지", "진상 고객 만나는 거 아냐?" 등등... 프로덕트 뒤에서 숨었던 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소통하는 것에 대한 막연함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스레드에 모집을 시작하고 약 20분 정도가 참여의사를 밝히셨는데, 최종적으로는 13분과 함께 하게 되었다. 관심이 아닌 정말 실천하실 분들만 모셨고, 나도 본업이 있다 보니 집중할 수 있도록 소규모로 만들고 싶었다.


이 챌린지 운영의 느낀 점은.. 한마디로 정말 최고였다.


커뮤니티 드리븐 디벨롭먼트 (내가 지어낸 말인데 있는 말일지도..ㅋㅋㅋ)라고 거창하게 적고, 실상은 헤비유저가 고통받는 부분이나 원하는 부분의 피드백을 받아 바로바로 고침이라고 읽으면 된다. 한 분 한 분이 정말 따뜻하시고, 진심으로 이 프로덕트의 발전에 애정을 주시는 분들이셔서, 회사생활에서 (지금 회사는 난리인데.. 그건 나중에 풀기로 하자) 영혼 탈탈 털린 내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쌓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받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좋은 분들의 도움도 참 많이 받고, 나 또한 다른 분들께 도움을 드리려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그룹 속에서 응원과 피드백을 통한 성장의 경험은 처음이라 너무나 행복한 한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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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후기를 보면서 고객에게 감동받은 경험.. 처음이고, 이거 굉장히 중독된다..ㅋㅋㅋ

유저들이 늘어나면서 개발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졌다. 챌린지 운영도 하고, 스레드에 글도 쓰고, 개발도 하고, 비즈니스적인 네트워킹도 하려니, 회사생활과 병행하기에 물리적인 시간적 한계에 도달했다. 그래서 가장 친한 개발자 친구를 한 명 영입했다. 지난 8년간 아무것도 코딩을 모를 때부터 함께 성장한 친구였고, 나와는 다르게 프런트엔드와 디자인 쪽에 특화된 친구라 아주 좋은 페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말했는데, 친구가 자기가 즐겁게 계발할 수 있는 프로덕트인 것 같다고 흔쾌히 수락했다. 그 뒤로 열정페이로 함께 일하는 중이다. 이 프로덕트를 그 친구에게 선물로 주더라도 후회 없을 친구라 영입했는데, 힘들 때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파트너가 생겨서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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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역번역 제공과, 세부 수정 기능, 콘텐츠 보존 수준 커스터마이징은 유저들의 요청으로 만든 큰 개선 기능들이다


4. 25.11~12월: 정식 론칭 준비

10월 커뮤니티와의 타운홀 미팅, 매일매일 단톡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탕으로 좋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나를 꼭 닮은 원어민 번역가"를 만드는 방향으로 프로덕트 피봇을 정하고 개발 중이다. 이 번역가 페르소나를 통해,

여러 편의 시리즈물을 발행해도 모든 글이 자신의 스타일과 목소리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원하는 말투와 꼭 썼으면 하는 용어집 제공을 통해, 정말 나만의 1인 번역가와 함께 글을 퍼블리시한다는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


혹시 해외 플랫폼 발행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11월 챌린지 신청을 추천한다! (저와 함께 달려보아요 ㅎㅎ)

-> https://forms.gle/CMFMt9V7C59yCiFy9


여행을 할 때마다 좋은 영감이 떠올랐는데, 12월의 연말 한국 방문에 또 어떤 영감이 나를 찾아올지 기대된다. 정식 론칭이 완료되면, 다시 한번 업데이트로 찾아뵙도록 하겠다.


번외: 일단 시작하자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개발자로서 보여주기엔 부족한 기능이라고 생각도 들어 발행할까 말까 고민도 되지만, "모든 여정에는 시작이 있고, 그 시작은 별거 아니다"라는 것을 공유하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실행에 옮기게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고민은 치열하게 하되, 실행하고 생산하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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