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굿바이, 나의 첫 해외 직장
2026년 1월 7일 마이크로소프트에서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5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커리어와 생활에 탄탄한 기본기를 쌓게 해 주고, 아낌없이 나에게 기회를 준, 내가 잘 뛸 수 있는 푸르른 잔디를 마련해 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피셜리 작별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인연은 2020년 겨울 인턴십부터 시작되었다. 2019년 가을, 아마존 토론토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리쿠르터가 연락이 왔다. 그 당시에는 코로나 전이라 인터뷰를 보기 위해서는 직접 밴쿠버 오피스에 가서 대면면접을 봐야 했다. 회사에서 항공, 숙박, 여행경비, 식비까지 전부 지원해 줬는데, 면접 전날 토론토에서 비행기를 다섯 시간 타고 날아와 밴쿠버 다운타운에 상징적인 페어몬트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시켜 먹으며 "꼭 가고 싶다!"라고 다짐하던 때가 생생하다. PM은 세명밖에 뽑지 않았는데, 어찌어찌 합격하여 2020년 1월부터 4개월간 재밌게 인턴십 생활을 했다. 난생처음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내 프로덕트 발표도 해 보고, 팀원들이 MVP로 뽑아줘서 상도 타 보고, 코로나가 시작되는 바람에 리모트 워크로 변환되는 과정도 생생하게 겪는 다이내믹한 한 해였다. 내가 외국에서 영어를 쓰면서, 남들과 어울리며 잘 살 수 있겠다는 자존감을 얇게 여러 번 쌓아준 경험이었다.
인턴이 끝나고, 2020년 4월에 리턴오퍼를 받았다. PM이 아니라 개발자로 합류하고 싶다고 했더니,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오퍼를 개발자 풀타임 오퍼로 전환해 주었다. 2021년 9월 입사 오퍼였고, 연봉 베이스 96,000 CAD에 4년 동안 나눠서 주식을 120,000 USD로 받는 오퍼였다. 2020년 여름에 오퍼를 사인하고, 2021년 9월 전까지 마음 편하게 학교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는 안정감을 제공해 준 회사로 참 감사하다. 그때 놀았던 때가 정말 맘 편히 행복하던 시절로 손꼽는다.
미국 헤드쿼터 오퍼였으나 뽑기 운이 지지리도 없는 나는 H1B 추첨에서 탈락했다. 2021년 9월 밴쿠버 오피스에서 리모트로 일을 시작하였고, 회사는 내가 H1B가 될 때까지 지원해 준다고 하였다. 18개월이 지나도 H1B가 없으면 L1B (주재원 비자)를 스폰서 해준다고 하였다. 지금은 비자와 국가 간 이동에 제약이 많이 생겼지만, 그때만 해도 밴쿠버에 로테이셔널 프로그램이라고 밴쿠버 지사에 잠시 두면서 미국 비자가 나오면 본사로 이사를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캐나다의 일한 경력으로 캐나다 영주권을 받고, 미국으로 이사를 왔다. L1B로 전환하였고, 마소는 참 고맙게도 내가 떠나는 올해까지 계속 H1B를 지원해 줬다. 2025년에 드디어 당첨됐는데, 비자 공식 신분이 바뀌기 전에 이직을 하게 되면서 못쓰게 되었지만 그래도 참 고마운 마음이다.
캐나다 영주권, 미국 L1B, H1b, 그린카드까지, 내 체류신분의 최고 스폰서 상.. 마소에게 드립니다. 넙죽.
마소의 또 다른 업적(?)은 나의 약혼자를 찾게 해 준 곳이라는 것이다 ㅋㅋ 우리 둘은 아주 먼 부서이지만, 밴쿠버에 있었던 시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 한인들 모임에서 만나게 되었고, 나는 팀원들이 전부 미국에 있던 터라 오피스에 친구가 없었는데, 피앙세가 자기 친구들과 팀원들을 소개해 주면서 잘 적응하게도 도와줬다. 내가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었을 때, 피앙세의 매니저와 매니저의 매니저(부장님)가 우리의 사랑(?!)을 이어 주기 위해 피앙세를 미국팀으로 옮겨줬다. 내가 떠나오고 일 년 뒤라, 그때쯤부터 국가 간 이직이 어려웠던 시기인데,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것과 가족을 꾸리는 것이 커리어보다 더 중요한 거라고 미국으로 가고자 하는 피앙세의 마음을 응원해 주고, 연봉도 미국에 맞게 올려주고, 비자까지 다 일일이 HR에게 어필해 준 고마운 은인들이다.
개발자로서의 역량도 탄탄하게 쌓을 수 있는 문화, 팀원, 그리고 리더들과의 시간도 많았다. 나는 총 두 팀에 있었는데, 두 번 다 처음에는 매니저가 좋았다가, 도중에 다른 이상한 매니저로 바뀌면서 떠나게 되었다. 나의 이번 이직 과정에서 가장 큰 지원과 도움을 준 존재중 이 두 매니저가 아주 큰 역할을 해 주었다. 첫 번째 매니저인 E는 내가 지원한 곳들에 추천서를 엄청 공들여 길게 써 주고, 모든 레퍼런스 포인트가 되어줬고, 두 번째 매니저인 S는 자기가 아는 좋은 매니저들에게 나를 추천해주기고 하고 (실제로 오퍼도 받았으나 선택하지는 않았다), 이직을 성공적으로 잘해서 너무 자랑스럽다며 어제 아주 비싼 저녁도 사줬다. 두 분 다 인격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훌륭한 분들이다. 인더스트리에 있을수록, 인격과 실력이 정비례한다는 것을 느낀다. 다행히도, 일 잘하는 싸가지와 일 못하는 착한 사람은 살아남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
좋은 팀원들과는 이직/팀이동 후에도 계속 친구가 되어, 해외생활이지만 외로움을 적게 느꼈다. 이번에 이직하는 회사도 첫 번째 팀에서 친하게 지내던 A가 그 회사로 이직하게 되면서, 나를 추천해 줘서 면접 기회를 얻게 되었다. 테크 인더스트리 특징 상 좋은 팀원들이 자주 뿔뿔이 다른 팀이나 회사로 흩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도 강해졌음을 이번에 깨달았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번 이직에 대부분의 인터뷰는 리퍼럴을 통해 시작되었다.
이직 사유.. 두 번째 팀의 좋은 매니저가 떠나고, 작년 10월 새로운 매니저가 왔다. 처음부터 삐걱거렸는데, 나도 내 주장은 있는 편이라 말도 안 되는 것에 "네 맞습니다!" 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내 성격 생각보다 강하구나"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대화가 안 되는 스타일이었고, 자기 말에 복종하길 원하는 스타일이었다. 어떻게 미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승진했지? 의문.. 하지만 자신의 상사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스타일이라 "아 이런 라인으로 올라왔군" 싶었다. 비 상식적으로 팀원들에게 일이 주어지고, 비 합리적인 데드라인과, 본인은 정작 이해도 못한 태스크에 대해 하루에 몇 번씩 미팅에 불러서 쪼는 그의 쓰레기 같은 인성과 실력에 나는 이직을 결심했다.
10월은 그래도 맞춰보고, 적응의 기간이라 그러겠거니 하고 이해해 보려 하였으나 11월부터는 가망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11월 중순부터 준비하여 12월 19일 오피셜리 이직하는 회사에 사인을 하였다. 짧은 기간 동안 아주 집중해서 했는데, 운도 잘 따라줘서 빠르게 이직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이직이라는 게 준비하기 고통스럽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끝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ㅠ 힘들고 짧게 준비한 이직 준비와 인터뷰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 공유하도록 하겠다. AI의 등장 이후로 인터뷰의 방향도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공유하려고 한다.
12월 연말 휴가가 끝나고 1월 5일 회사를 그만둔다는 통보를 했다. 외부의 회사이고, 다른 빅 테크회사로 옮기기 때문에 경 생사로 옮기는 경우 2주의 노티스가 아닌 거의 바로 액세스가 끊긴다. Knowledge transfer라는 인수인계를 끝내고, 마소와 작별하였다.
굿 굿바이를 하는 것이 나의 소소한 목표 중 하나였다. 회사를 이직하게 되면 마지막은 흐지부지 되거나, 인사도 없이 어느 날 보니 사라진다던지 하지 않고, 고마운 사람들에겐 고마움을 표현하고, 마지막 인사를 정성껏 하고 굿바이 하고 싶은 게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안녕이었다. 이게 생각보다 은근히 어려운데, 지금까지 많은 동료들을 맞이하고 떠나보냈지만, 들어올 때는 매니저가 전체 부서에 이메일로 소개를 보내주고, 이메일 체인으로 연달아서 Welcome to the team! 팡파르가 울리지만, 떠나는 경우에는 은퇴가 아닌 경우에 떠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우리 팀이나 가까운 팀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즐겁게 일했고, 또 친했던 사람들에게는 통화를 하면서 이직한다는 뉴스를 전달했고, 한 명 한 명 정말 감동적인 멘트들을 줬다. "너 덕분에 너네 팀이랑 일할 때 즐거웠는데, 너 덕분에 회사에 와서 많이 웃고 즐겁게 일했는데 아쉽다, 하지만 너무너무 축하한다, 자랑스럽다" 등등 진심 어린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아주 친하진 않았으나 좋은 관계로 일했던 분들에게는 개인메시지로 연락을 드리고 링크드인 프로파일을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 떠나는 당일, 현재 우리 부서와 전 팀의 멤버들, 그리고 생각나는 몇몇 사람들에게 전체이메일로 고마웠던 것들, 나의 계획과 내 연락처를 남겼다. 이메일에 답으로 "넌 크게 성공할 거다!"라고 말하는 리더들에게서 빈말이더라도 자신감을 얻고, "너무 좋은 팀원이자 동료였다, 그리울 거다"라는 동료들에게서 뿌앵ㅠ 모먼트도 많이 있었다.
떠나기 전날 팀원들이 케이크를 사서 나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farewell을 해줬다. 떠나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다니, 너무 고맙고.. 미국에 이렇게 회사에서 관계를 쌓고, 커리어를 이직한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대학생 후배분들이 이런저런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하면, 나는 항상 "말도 안 되고 허무맹랑한 생각"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편인데, 내 삶이 그렇기 때문이다. 2012년 1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경영학과 수업을 듣던 나에게, 10년 뒤에 미국에서 개발자로 산다고 하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살이 8년 차, 힘들고, 스트레스받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날도 많았지만,
예상외로 흘러가는 내 인생이 재밌다. 앞으로의 10년도 어떤 삶이 펼쳐질까 기대와 설렘, 그리고 쫄림이 공존한다!
자세한 레쥬메 및 인터뷰 후기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