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양연화

난 정말 좋아하는 게 뭘 까?

[화양연화]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

by Minhyo

인생은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그 말은 원래 불행한 것도 아니었다 라는 뜻이다. 어떤 하나의 점들을 통해서 그 둘을 왔다 갔다 할 뿐 애초에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생은 없었다.


난 정말 좋아하는 게 뭘 까?


2015년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던 때이다. 당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던 나는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던 취준 생이었다. 여러 차례 원서접수를 마치다 보니 이제는 서류전형 탈락(서류 광탈)에도 익숙해질 무렵, 오랜만에 찾아온 면접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 ‘을 반복하며,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자신의 장점과 단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등 여러 예상문제를 말하고 반복하면서 준비했었다.


면접 당일, 머리를 곱게 묶고서 단정한 옷차림으로 지하철을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회사에 도착을 하였고, 속으로 긴장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었다.


면접시간이 되어 면접 장안으로 들어갔고, 면접관은 두 명이었다. 나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살짝 긴장된 채로 손을 움켰다 폈다 하면서 말이다.


면접관들은 우선 나의 얼굴을 보았고, 후에 제출된 이력서를 보기 시작하였다. 그때 면접관들의 표정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서류를 읽어 내려가면서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감이 안 좋았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면접장에서의 1분 1초가 1시간처럼 흘러갔다. 어떤 질문을 받을까 걱정하며 애써 웃고 있던 나의 표정 뒤로 들리던 첫 질문이었다.


“000 씨? 그동안 뭘 했나요?”





정적을 깨던 면접관의 첫마디였다.


한동안 멍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을 해서 나를 보호하면 핑계로 들릴 것 같고, 안 하면 인터뷰인데,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난 바쁘게 살았었는데, 아니 그것보다 잘 살고 있는데, 왜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하나? ‘

면접 이후, 한동안 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었다.




왜 살고 있고,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지?




답도 없는 문제에 마주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1+1은 2라고 배웠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그 뒤에는 취업준비를 하라고 들었다. 중고등학생 때 꿈에 대해 말하면, ‘포부가 작다, 그릇이 작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막상 성인이 되어서 미래를 이야기하면 ‘너무 현실성이 없다 ’고 하였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어른들 귀에 들리는 나의 ‘대답’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기준에 따른 나의 '오답’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 인 듯했다.


그때부터 였을까? 삶에 대한 정확한 방황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때가?


현대사회에서 나를 대변할 수 있는 회사 명함을 버리고 프리랜서가 되기로, 대학생 때나 간다는 배낭여행을 졸업한 성인이 가기로, 돌아갈 학교도 돌아갈 회사도 없이 돌아갈 집만 있는 여행자가 한 번 되어 보기로 하였다.


나의 여행 결정은 한순간의 의식적인 선택보다 지난 28년간 내가 마주한 무의식 세계 때문에 결정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20대에 가장 많이 선택하는 항목인: 각종 시험 준비, 유학, 대학원, 취준, 워킹 홀리데이, 결혼, 여행 등 청춘들이 고민하는 수많은 기로들이 있다.




이 중에서 내가 여행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와 조언이다.





나는 보통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을 때, 두 가지를 정하는데 첫 번째는 그 길을 직접 가본 사람의 말을 믿는 것, 둘째는 그중에서도 그 길을 성실히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를 믿는다. 여행후기들을 읽어보면 위의 두 가지를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들의 후기는 이러했다.


‘싫고 좋았던 것들이 분명했다’, ‘힘들고 아쉬웠던 것이 즐비했지만, 행복했다’, ‘세계여행은 죽기 전에 꼭 해볼 만한 것이다’,’ 여행했던 시간만큼은 후회가 없다’ 등등 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은 자신들의 인생이 혁명이 일어날 만큼 바뀔 만한 것들은 없었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말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다시 과거로 돌렸을 때, 이전과 같은 선택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러한 순간들이 과거 나의 삶에서 존재하기는 할까? 나는 즉, 여행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있는 거야?



왜 여행에 대해서만은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집을 팔고, 몇 백에서 몇 천만 원씩 비싼 돈 들여가면서 투자하는 그 경험이 왜 소중하고, 아직까지도 길 위에 많은 여행자들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나도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였는지 여행을 통한 다양한 경험으로 찾을 수만 있다면 찾고 싶다고 속으로 외쳤다.



결국 나 또한 내가 욕망하는 것들, 필요로 하는 것들이 어딘가 다른 세상에 있을 거야 라고 믿으면서, 더 이상 현실의 벽을 뿌리치기 어려워 단념이 되기 전에 떠나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보험도 멈췄고, 휴대폰도 정지시켰다. 인터넷, 신문 등 연관된 것들은 전부 정지를 시켰다. 꽤나 신경 쓸 게 없을 거라고 믿었고, 구속된 것이 없다고 믿었는데 알게 모르게 고리가 한 개씩 한 개씩 매듭지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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