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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13. 2020

상하이 자전거 입문(一)

1달쯤 전부터 공유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한동안 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올해 유난히 여름에 비가 많이 왔는데, 꼭 자전거을 한번 탈때 안장이 젖어 있어 낭폐를 본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좋지 않은가!

공유 자전거를 타면서 상해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머랄까!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 내지 "자유로움" 뭔가 아주 재미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전거를 나만의 자전거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나이 40살에 다시 자전거를 타다"


한국의 여러 남자들이 다 그렇듯 시대마다 유행이 있었고, 그 유행을 따라다니는 많은 남자아이들이 있다.

직장 생활 초 갑자기 스노우보드가 유행을 했고, 그 해 겨울 하이원 시즌권을 끊어서 열심히 다녔다. 물론, 결혼을 하면서 위험한 운동은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접었고, 결혼 후 체중 조절을 위해 그 당시 유행하던 MTB를 샀다. 물론, 그것도 얼마 뒤 한국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많이 없다 라는 핑계로 곧 그만두었다.

첫째가 태어나 아이의 소중한 사진을 간직해야 한다고 DSLR를 구입했지만, 아이폰의 화질이 나날이 좋아지고, 너무 무거워 지금은 장식용으로 사용 중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무엇이든 오래 하는 스타일이 아닌 듯하다. 모든 일에 쉽게 흥미를 가지고, 쉽게 버리는...

물론, 이러한 성격 때문인지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 넓고 얕게 아는 것이 어쩌면 나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자전거에 대한 나의 고민을 한 일주일 진지하게 하였고, 그 결실로 지금의 미니벨로를 구입했다.

 

자전거 구입 시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첫째 이뻐야 한다.

둘째 与众不同 : 남들과 달라야 한다.

셋째 작아야 한다: 해외 생활을 하는데 짐이 나날이 늘어나, 작은 자전거를 원했고, 또 가능하다면 접는 자전거를 찾았다.


이러한 상기 조건에 맞는 자전거를 大众点评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았고, 사진 속의 자전거를 구입했다.


한국과 비교하면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10~20% 정도의 가격 차이는 나는 듯했다.

하지만, 살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그리고 실물을 보니 참 머랄까 내가 찾던 딱! 그런 자전거였다.

너무 이뻤다. 요 녀석을 가지고 상해 시내 곳곳을 누볐다. 사실, 자전거가 없었을 때는 많이 걸어 다녔다. 내가 살고 있는 古北라는 곳에서 外滩(와이탄)까지 대략 8.5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 거리를 많이도 걸어 다녔다. 정처 없이... 상하이는 산이 없는 것이 거의 유일한 단점인데, 그 단점이 걷는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매력적이다. 시내 조계지 인근을 걷고 있으면 여기가 중국인지 유럽의 어느 고도시인지 오해할 정도로 보전히 잘되어 있다.

武康大楼 우캉맨션: 상해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영화 색계에도 나오는 건물임.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상해 올드 건축물이다. 실제 3층부터는 일반인들이 사는 맨션으로 작년 중국에 왔었을 때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 몇 번 알아보았는데, 임대 공실이 잘 안 나온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예술인들이 거주를 했다고도 한다.

개인적으로 아이폰을 참 좋아한다.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 사진이 참 잘 찍힌다. 최근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엄청 많이 찍는다. 그리고 거기에 몇 가지 효과만 주면 웬만한 사진작가 사진이 안 부러울 정도다.

상기 사진은 남경서로에서 한 블록 정도 위에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찍은 사진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점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클이나 MTB 등 생활자전거 말고, 운동으로 자전거를 많이 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최근에 공유 자전거와 전기오토바이가 너무 많아서, 개인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거의 못 본거 같았는데 역시 사람의 관점에 따라 보이는 게 달라지는 듯하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자전거가 통행할 수 없는 길이 많아졌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내가 예전에 유학할 당시에는 와이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은 시내 주요 큰 도로는 사진처럼 자전거 통행이 금지된 곳들이 많다. 물론, 이런 곳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가면 된다.


내가 사는 집에서 출발해서 상해 시내 시내를 한 바퀴 돌아서 집으로 오면 대략 4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보통, 중간에 스타벅스 나 패밀리마트 같은 변의점에서 음료를 사서 쉬는 시간을 조금 보내긴 하지만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거리를 측정해 보니 대략 20~25킬로 정도 되는 듯하다. 나의 자전거 휠이 16인치 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다.



자전거를 타니 제일 좋은 점 중 하나는 자연스럽게 운동도 되지만 정신이 참 맑아진다는 점이다. 예전에 캠핑을 전문적으로 하는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캠핑 가서 제일 좋은 점은 텐트를 혼자 치는 그 시간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을 안 하게 되어 너무 좋다고,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지금 자전거를 타면 자전거를 타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안 하다는 것이 참 좋다. 현대인들은 머리에 너무 많은 생각들을 가지고 사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난주 국경절 마지막 날. 시내를 돌면서 찍은 사진이다. 날씨도 너무 좋았다.

어제저녁에도 3시간 정도 자전거를 탔는데, 내가 기존에 알지 못했던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새롭게 만들어 지거나 새로 알게 된 명소들이 많다. 앞으로도 자전거 타고, 그러한 명소들을 많이 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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