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칠팔이 Dec 13. 2023

12월 12일 서류합격자 발표, 불합격

나의 자기소개서도 자소설이 되어버린 걸까

나는 2017년부터 대학생이었다. 

편입한 탓에 초과학기를 해야 했고 중간에 휴학까지 했더니 지금까지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나의 찬란했던 대학생 시절도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졸업반답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회사가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길 바라며 지나온 인생을 총망라해 글로 적었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으며 내가 가진 가치와 꿈, 강점과 한계까지 적어가던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소개서에 나라는 인간을 다 담는 게 가능한 일일까?" 

"애초에 누군가에 대한 글을 읽어 그 사람을 온전히 알 수 있는가?"

며칠간 같은 글을 퇴고하며 질릴 대로 질려버린 탓에 든 생각이었지만, 나름 해봄직한 질문이었다. 

 

자기소개서는 "자소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기소개서를 줄인 자소서와 소설을 합쳐서 만든 말이다. 

치열한 취업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스펙을 강조하다 보니 생겨난 말일 것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자소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의 강점에 정직함을 적은 사람치곤 그러지 못한 것 같다. 


물론, 내 자소서에 허위사실은 없으며 모든 내용을 관련 증빙서류로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일종의 조미료를 첨가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마치 내가 경험한 모든 활동이 이 회사를 위해 계획되었고 매 경험이 다음 경험으로 이어진 것처럼 적었다. 

나의 자기소개서도 자소설이 되어버린 걸까.




12월 12일 오늘, 1차 서류합격자 발표가 있었고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경험이 부족했을까

경쟁이 치열했을까

이제 막 첫 발을 내딘 사회는 녹록지 않았다. 


자소서 맨 서두에 스스로에게 칠팔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적었다. 

칠전팔기라는 사자성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싶기 때문이고

지금까지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항상 배움과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청소년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게 된 것도 내가 겪은 실패에서 비롯됐다.

그들이 실패하지 않기보단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 

청소년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주체적으로 선택했다면, 실패해도 괜찮다."
"모든 꽃이 봄에 피는 것은 아니다."

아마 나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칠전팔기 이동현, 줄여서 "칠팔이"라는 이름처럼 이제 시작일 뿐이다. 

충분히 실패하자 다짐했는데 첫 시도에 됐어도 문제다(?)

나를 다독이는 마음으로, 오늘 실패를 마주한 당신을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잠 못 이루는 밤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