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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팔이 Sep 19. 2023

잠 못 이루는 밤에

휘뚤 마뚤 끄적이는 글

나의 필명 '칠팔이'는 칠전팔기 이동현을 줄여서 탄생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려는 나의 성격을 이겨내고 휘뚤마뚤 닥치는 대로 해보자는 결심으로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일단 하라는 메시지를 상기시켜 주는 덕분에 참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군대에서 앓았던 불안장애와 망상장애는 지나갔지만, 그 흔적으로 내게 불면증을 남겼다. 

오늘처럼 잠이 안 오는 날에는 글을 쓰는 것만큼 좋은 취미는 없다. 

새벽 4시까지 깨어 있는 죄책감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와 의미로 글을 끄적인다. 


기숙사 휴게실에 무언가에 몰두해 노트북을 응시하는 이름 모를 학우 반대편에 앉았다. 

무엇이 이 시간까지 그를 몰두하게 만드는 걸까?

그게 뭔진 알 길이 없지만, 무언가에 몰두하는 일은 언제나 값지고 귀하단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난 최근 무엇에 몰두했었나?'

몇몇 순간들이 떠올랐지만, 이 시간에 하기엔 그다지 재미없는 생각이라 관둔다. 


글이 산으로 가고 있음을 느낀다. 

산을 오르는 만큼 힘들지도 않다. 동네 뒷골목을 서성이는 정도로 말하는 게 적당하다. 

그럼 뭐 어떤가 이 공간만큼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걸. 

어차피 나무랄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기대만큼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지 않는다는 설움을 달래준다.


글의 주제가 갈 방향을 잃어 헤매는 꼴과 쓸지 말지 고민하는 문장들을 보고 있자니 

중학교 때 지은 시가 떠오른다. 



차가운 바람 부는 하늘


밝은 달이 내 마음 안에 들어올 때까지

설렘 가득한 밤과 비 오는 낮은 반복되겠지


달이 뜨고 지는 건 어렴풋이

이런 날들이 모여 내가 되는 건 분명히


밝은 달과 밝은 낮을 기대 하며

그날이 올 때까지


달이 참 밝았던 모든 밤 



이 작품으로 말하자면, 중학교 때 지은 시로 사랑을 기다리는 중학생의 애잔함을 다뤘다. 

사실 꽤나 마음에 드는 시다. 

무려 

진정한 사랑을 의미하는 밝게 빛나는 달을 기다린다는 의미다. 

아마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차여서 힘들었던 것 같다. 


평소엔 쓰고 싶은 주제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쓰는데 

오늘 이렇게 써보니 

평소대로 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쓰다 보니 나조차도 졸려서 개인적으론 만족스럽다. 

그대도 이 시간까지 이런 글을 읽을 정도로 무료하다면, 깊고 편한 잠에 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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