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야 Jan 09. 2022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인연을 생각합니다.

 작년 6월부터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그림책 모임이 있다. 팀원들은 이미 오 년째 만나고 있는 아이들 학교 학부모들이며 가까이 사는 이웃들이다. 가끔 아파트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라 서로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림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전혀 새로운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듯 신선한 경험을 한다. 주제가 없는 가벼운 수다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만 주고받지만 그림책이 던지는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선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나의 역사를 되짚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너에게 들려줄 수 있는 진솔한 나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 우리는 서로의 마음길을 산책하고 어느덧 그 마음에 정이 든다.


 지난해 12월에 함께 나눈 그림책은 찰리 맥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다. 마음속에 질문이 가득한 소년이 집으로 가는 길 위에서 두더지, 여우, 말을 만나 대화를 통해 우정과 사랑을 깨닫고 고난을 함께 극복하는 지혜와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간결한 문장과 펜화로 그려진 그림책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박하향이 나듯 청량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번 모임의 주제는 이 책 중 끌리는 한 꼭지를 접어와 감상을 나누는 것이었다. 각자 정한 페이지를 동시에 펼치니 한 페이지도 겹치지 않아 놀랐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사연을 버무려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한 명 한 명이 어린 왕자의 장미가 되어 내 맘에 피어났다.


 주변을 챙기느라 자신의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K는 '자신에게 친절한 게 최고의 친절이야'라는 문장을 읽어주며 스스로에게 조금 더 친절한 마음으로 꽃을 가꾸듯 나를 돌보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다시 보니 그녀는 모임 내내 다른 팀원들의 말을 듣느라 자신의 말을 아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중간에 치고 들어가길 잘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그녀의 배려심이 그윽한 향기를 품으며 호감으로 차올랐다.

 내 아이가 소중한만큼 남이 보기에도 특별난 아이이기를 꿈꾸는 마음이 없었던 부모가 있을까? 그러나 자라면서 만나는 아이들은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노래한 정호승 시인의 시처럼 그저 사랑해 주어야 하는 존재로 깨달아질 때가 있다. 붉어진 눈으로 내 아이를 알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얘기하는 H의 성숙함은 내 마음을 울렸다. 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한 사람임을 되새기며 욕심을 좀 덜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는 M의 말까지 그림책이 펼쳐내는 아름다운 세상 속에 우리들도 함께 녹아들어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우주는 공존한다고 한다. 밤하늘의 많은 별들, 태양, 그리고 지구별,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인간! 이 모두가 서로 얽히고 보완하며 이끄는 힘과 이끌리는 힘으로 공존한다. 그 힘은 또한 영원성을 지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들! 혼자의 힘으로는 살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중에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온 카톡 메시지 중 일부다. 지금 나에게 주는 말씀 같다. 혼자 아무리 힘을 낸  나눌 누군가가 없다면 무슨 즐거움으로 살아갈까. 오늘이 의미 있는 건 내가 있고 네가 있기 때문이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나의 여백을 채워 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한 독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