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황규 Hubert Feb 19. 2021

4장. 애자일 전환#6

#4-6 성장 마인드셋 

#4-6 성장 마인드셋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에서 우리가 하는 '일'의 종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그것은 태스크 작업과 지식 작업이다. 


태스크 작업은 누군가가 할당 해준 일을 처음 계획했던 방법으로 제 때에 끝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여기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줄 테니, 이 부근의 쓰레기를 모두 치워라”


라는 지시는 태스크 작업이다. 이 작업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정해진 방법대로 시간 안에 끝내면 된다. 때문에 제조 공정에 분업된 일등을 우리는 보통 태스크 작업이라 부른다.


이에 반해, 지식 작업이라는 것은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같은 쓰레기 치우는 일을 다음과 같이 지시하는 것이다.


"이 부근의 쓰레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치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여 실행하라" 


위와 같은 접근은 목표는 동일하더라도, 창의적인 생각을 동반하게 만든다. 


태스크 작업은 '작업방법'을 포함한 결과물을 예측하기 매우 쉽다. 반면, 지식 작업은 결과물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작업자의 능력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애자일은 지식 작업을 지향하는 방법론이다. 목표를 동일하나 창의적인 생각을 동반하게 하고, 성장을 중요시한다. 때문에 애자일은 '성장 마인드셋'을 중요시한다.  '성장 마인드셋은' 내 능력과 지능이 늘 더 발전될 것이라 믿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와 반대편에 있는 '고정 마인드셋'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식과 능력은 고정되어 있어서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마인드셋은 같은 일에 대해 다른 접근을 한다. 고정 마인드셋은 정해진 일을 최대한 변경 없이 끝내려는 성향을보여준다. 일을 고정시키고, 기존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된다. 도전과 리스크를 핸들링하는 것보다 보다 안정적인 방식으로 예측한 만큼 일하려고 노력한다.


성장 마인드셋은 나도 이 일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고, 함께 일하며 성장하며 끊임없이 결과물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일한다.  이 경우 주변의 불확정성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 두 가지 다른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이터레이션'을 다음과 같이 접근하게 된다.            

먼저, 고정 마인드셋은 사전에 고객과의 협의로 요구사항을 고정하여 결과물을 정확히 예상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을 시작하는 접근법이다. 때문에 일의 설계가 중요하다. 그림을 그리는 예제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나리자라는 여성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라고 정하고, 이것이 고객이 원하는 것이니, 이 여성의 그림이 아니면 '틀리다'라는 가정으로 일을 한다. 이 때문에 늘 일이 진행될 때마다 '옳음'을 강조한다. 그래야 실패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 방식으로 업무를 하면, 첫 번째 이터레이션에는 머리 윗부분만 그리고 고객에게 당신이 원하는 것이 맞는지 묻게 된다. 하지만 사실상 고객은 이를 확인해주기 어렵다. 머리 윗부분만 보고 내가 원하던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를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마지막 이터레이션에서 완성된다.  


두번째로, 성장 마인드셋은 고객도 나도 원하는 결과물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는 가정에서 일을 접근한다. 위 그림에서 고객이 심지어 남성을 그리는 것을 원할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과정을 공유하며 상호 인터렉션을 통해 제품을 만든다. 첫 번째 전체 스케치가 고객 맘에 들지 않더라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다음 이터레이션 때는 그 피드백을 기반으로 더 나은 그림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고객도 이 시간을 함께 배운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가치를 느낀다. 이 때문에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다. 피드백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위 두 가지 예제를 통해 같은 이터레이션을 활용하더라도, 마인드셋의 차이에 따라 결과물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이야기했다. 필자가 일하던 '10년 조직의 구성원들은 사실 고정 마인드셋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애자일은 업무를 시작할 때 사람들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10년도 조직의 환경 자체가 애자일이 추구하는 환경과 달랐다. 


성장 마인드셋이 없으면 애자일은 동작하지 않는다. 이 성장 마인드셋을 기반으로, 애자일 선언에서 4가지 가치와 12가지의 원칙을 정해놓았다. 이 원칙을 기반으로 페어 프로그래밍, 테스트 주도 개발 같은 다양한 기법들이 많은 사람들의 시도를 통해 도출되게 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여전히 애자일 기법을 고정해 놓고, 그대로 실행하려는 경향의 사람들을 많이 본다. 예를 들어 '페어 프로그래밍을 해야 애자일이다'라는 식의 대화들이 그 증명이다.  이 생각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먼저 가치를 세우고 그 위에 기법을 조합하여 만든 방식들이 스크럼, XP(Extreme) 같은 프로세스들이다. 그리고 페어 프로그래밍은 XP의 기법 중 하나이다. 때문에 기법만 중시하는 것은 애자일을 근본적으로 잘못 접근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성장 마인드셋이 기저에 자리 잡아야 한다. 


성장 마인드셋에서 출발한 애자일 프로스세들(스크럼, XP)

하지만,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정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를 바꾸라는 말은 어느 날 갑자기 '앞으로는 창의적으로 일하세요'라는 말처럼 실현하기 힘들다. 


다시 아메드 시드키 박사의 말로 돌아가 보자. 그는 이 변화를 딸기잼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성장 마인드셋'으로의 변화를 말했다. 


"딸기 두 개를 준비했다고 해서 잼이 되는 건 아닙니다.. 딸기 10개를 모아놨다고 해서 잼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딸기를 으깨서 냄비에 넣고 중간 불을 지피면서 계속해서 딸기를 저어줘야죠. 딸기잼을 더 빨리 만들기 위해 불은 세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딸기는 타버립니다. 때문에 천천히 계속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수십 시간 또는 수일 동안 말이죠. 그렇게, 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게, 마인드셋이 바뀌고 문화라는 것이 만들어집니다.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명심하세요. 딸기잼을 한번 만들면, 이전의 딸기로 형체를 다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애자일로 한번 전환하면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불가능합니다. 만약 어떤 팀이 애자일화가 되었다고 이야기했지만, 특정한 압박에 못 이겨 이전 일하는 방식으로 돌아갔다면 그것은 애자일화가 잘 된 조직이 아닙니다. 그것은 딸기가 아직 잼이 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딸기와 딸기잼

즉, 시간이 필요하다. 애자일 전환은 단시간에 이룰 수 없다. 


또 한 가지 명확한 '왜'가 있어야 한다. 즉, '왜 우리는 애자일로 전환해야 하는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라는 동기부여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애자일 딸기잼을 만들기 위한 불을 계속해서 지필 수 있다. 

시작부터 '잘해왔는데 굳이 애자일을 해야 하나?'라는 분위기에서는 '만약 애자일이 없어도 우리는 잘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이 있다면 사실 애자일 전환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저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이 부담으로만 느껴질 것이다. 


때문에 '애자일 전환'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조직내에서 조심해야 한다. 대신에 '왜?'를 강조하고 그리고 끊임없이 공유된 비전을 통해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도와야 한다. 문화를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9년간 조사에 따르면 많은 회사들이 애자일 전환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에 '문화의 변화가 어려움'을 꼽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애자일 문화는 포스트잇이나, 스탠드업 미팅, 회고 따위가 아니다. 그 아래 빙산처럼 정말 많은 것들이 바닷속에 잠겨 있다. 



작가의 이전글 4장. 애자일 전환#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