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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황규 Hubert Mar 02. 2021

7장. 애자일팀의 탄생#2

#7-2 피치 

#7-2 피치 


'15년 3월 필자는 미국에서 걸려온 한 통화의 전화를 받았다.


" 안녕하세요? 저는 P사의 에릭이라고 합니다. 홈페이지에 작성하신 글을 보고 연락드려요."


" 아... 네..."


필자는 이틀 전 P사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저는 S사의 애자일 전도사입니다. 제가 지난 8년간 제 회사에서 애자일을 통해 회사의 개발 문화를 바꾸고 보다 나은 SW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하였지만, 허사였습니다. 이번 기회에 귀사와 협업을 추진하도록 임원진을 설득하고 싶습니다. 연락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Cell. +82-10-YYYY-XXXX'


P사는 애자일 헌장이 만들어진 '01년부터 애자일을 시도해온 회사고, 네플릭스, 트위터, 구글 등의 회사가 이 회사와 협업하여 좋은 SW를 시장에 내어놓은 사례가 있다. 필자는 사내 일부 경영진 중 한 명이 P사에 방문하여 개발 문화에 대해 인사이트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단 연락해보기로 했다.

[P사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연락이 왔다. 글을 올릴 당시, 답이 올 거라는 기대는 반반이었다. (과거 수차례 이런 식으로 타 회사에 연락해본 적이 있었다.) 내가 바쁘듯 그들도 바쁘고, 머나먼 한국 땅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연락한 내용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아무튼 반응이 있어 다행이었다. 


P사의 영업대표 에릭은 전화를 통해 밝은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먼저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필요한 것은 언제든 말씀하세요."


"우선 P사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일하는지를 듣고 싶습니다. 애자일을 통해 어떻게 개발을 하시는지요. 그리고 기획부터 운영까지 해보신 사례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특히 저희 회사와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와 협업 하신 이야기가 있다면 혹시나 그 경험에 대해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관련된 여러 회사와의 영업을 담당했고, 저희 팔로알토(Silicon Valley의 한 지역)의 오피스에서 그 협업을 진행했거든요. 이 내용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오피스 대표 라이언과 함께 시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콘퍼런스 콜을 다시 하시죠."


"감사합니다."


몇 번의 메일이 오고 간 뒤 3일 후, 나는 15년 이상 P사에 근무해 온 오피스 대표 라이언을 콘퍼런스 콜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P사가 어떻게 일하는지, 내가 과거 알고 있던 애자일을 한다는 회사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애자일 방법론이 생겨났을 때부터 애자일을 시작했다는 말로 운을 떼었다. 애자일 기법 중 가장 적용하기 힘들다는 테스트 주도 개발과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이 일하는 방법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개발을 담당하는 고객을 P사 사무실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과거 큰 회사들이 혁신적인 시도에 대한 성공사례를 공유할 때, 기존 사내 프로세스 및 조직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직을 꾸려 시도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커다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회사는 기존 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사무실과 환경, 장비 등을 제공하는 형태로 협업을 진행했다. 이 방법은 기존에 내가 알던 애자일 컨설팅을 잘하는 회사들과 매우 다른 접근이었다. 


애자일을 위한 모든 환경이 주어진 사무실로 데려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모두 근무시간 내내 페어로 일한다. 주변에 동화될 환경을 제공하고 그들의 변화관리를 수행한다. 이 방법은 T사와 비슷하면서 달랐다. 


"애자일 방식으로 기존 프레임이 그대로 공존하는 조직에 가서 그 조직을 혁신하는 것은 어려우니, 반대로 다수가 이미 그 방식으로 일하는 곳으로 팀을 데려와 동화시키는 형태로 일을 진행한다."


T사는 고객사에 가서 고객사의 문화를 기반으로 애자일을 통한 개선을 수행하나, P사 같은 경우는 로마에 데려와 로마법을 따르게 한다는 철학으로 본인들의 문화가 있는 사무실에 고객을 데려와 함께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다른 회사와 협업한 사례 중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과거 진행했던 협업에 대해 어떠한 결과가 어땠는지 물었다. 과거 모 회사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앱을 확장하여, 비디오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앱을 만든 사례가 있었고, 이전 앱에 비해 1/3 수준의 비용을 들여, 더 많은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흠... 비용 대비 효과로도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례다!'


꽤나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 얘기만 들어볼 수는 없다. 고객으로서, 일해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는데..."


보고서가 신빙성을 얻으려면, 서비스를 제공한 P사의 이야기만 들을 수는 없었다. 고객 입장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이야기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링트인(Linkedin)을 통해, 그 비디오 스트리밍 앱을 만든 해당 일의 책임자 바틀리라는 친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필자는 바틀리와 1시간 30분 정도 통화를 했다. 바틀리는 매우 디테일하게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경과부터 결과까지 설명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이들과 일하면 정말 좋은 코드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였다. 


부가적으로 어떻게 일했는지를 물었는데, 슬랙으로 협업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었다. 당시부터 슬랙(Slack)은 정말 많이 쓰이는 협업 도구가 되고 있었다. 


해당 이야기를 요약하여 보고자료로 작성했다. 그리고, 그들의 일하는 방법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모아 '토론을 위한 자료'라는 다소 애매한 제목으로, 두 명의 경영진에게 발표했다. 애매한 제목을 쓴 이유는 무조건 '이렇게 해주세요' 라기보다, 엄청난 경험을 한 두 명의 경영진 의견을 함께 반영하고 싶었다. .


피치를 하는 자리에서, 과거 우리가 애자일 방식으로의 전환이 왜 실패했는가를 이야기했다. 과거의 우리가 접근한 방식은 개인을 교육하고 개인에게 조직 전체를 바꾸라는 미션을 주는 형태였는데,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방식이었고,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실제 일을 하며 배우기(Learn by doing)”이라고 설득했다. 그리고 최근에 제조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탈바꿈하여 자주 회자되는 G사의 성공과 다른 한국 회사 사례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명의 전무는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G사의 혁신 플랫폼]

그리고 이 회사와 협업하면 개발 역량과 문화를 동시에 배울 수 있고, 그대로 우리 회사가 그 역량을 향후 보유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 기획자 1명, 디자이너 1명, 개발자 3명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표 후 한 경영진이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잘 준비했네. (웃음) 우리 회사에서 무엇을 대상으로 할 지만 잘 확인해봐요. 그리고 한번 진행해보죠? 함께 도와주실 거죠?"


다른 경영진에게 물었다.


"그럼요 (웃음)"


두 명의 경영진들과 이 프로젝트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사 구조상 기획자는 사업부에서, 디자이너는 디자인 팀에서 개발자는 개발 역량이 훌륭한 사람들 중에서 데려와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발표는 잘 끝났다. 이제부터는 최대한 빨리 '무엇을 할지'와 '누구와 할지'를 정해야 했다. 사내에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려면 결과물도 좋아야 하기에 협업이 종료된 후 가장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1) 3개월 정도 기간에 종료가 될 수 있는 일 선호  

2) 플랫폼보다는 서비스 형태의 일 선호  

3) 그리고 웹보다는 모바일 개발 선호 

4) 미국에서 사용자 검증을 받을 수 있는 일 선호 


위와 같은 기준을 가지고 나와 몇 명의 선배들이 회사 내 사업부의 솔루션을 만드는 조직의 개발 리더들을 만났다. 함께 준비하는 선배가 이틀 만에 모든 미팅을 스케쥴링해 주었다. 


사실 이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지는 않았다. 늘 바쁜 일정과 해야 할 목표가 정해져 있으므로, 새로운 시도는 추가적인 일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 준비하는 선배와 이들을 설득하여 의향을 묻고 정해진 기준으로 해당 솔루션들 로드맵을 살폈다. 그리고 회사 솔루션 중 하나의 모바일 앱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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