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툴 마림바이야기#01
#새로운시작 #스폰서십 #역할전환 #대기업내스타트업
"휴우.... 뭐.... 부터 해야 하지?"
존은 한숨을 길게 쉬고 있었다. 그동안 수백명의 고객 앞에서도 늘 자신있게 강연하던 그가,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던 그가 초조해 하고 있었다.
오늘은 새로운 미션을 받은 첫 날이었다. 정작 그가 원했던 멍석이 눈앞에 깔려 있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동안에 그가 얘기했던 여러 단어들이 머릿속에 스쳤다. '디자인 씽킹', '인셉션', '듀 딜리전스'.... 그는 다양한 형태의 워크샵을 거의 완벽하게 진행해 왔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렇게 완전히 백지인 도화지를 들고 무엇을 그려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경영진과의 대화를 통해 내린 결정이 올바른 선택이 었는지, 몇번이고 되내이며 고민하고 있었다.
한 달 전, 회사 경영진은 그에게 새로운 업무 제안을 했다.
"지난 3년간 조직을 꾸리면서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해온 역할은 충분히 감사한다. 그만큼 했으면, 당신을 위해서도 이제는 회사가 더 나은 커리어를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 이제... 남들을 도와주는 일만 하지 말고, 직접 한번 해보면 어떤가? 우리는 대외 시장향으로 신규 서비스를 만들어 성공시킬 역량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존은 애자일과 관련하여 굉장히 훌륭한 커리어를 갖고 있었다. 대기업 내에서 애자일을 개발자로 시작하여 관리자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의 성공을 거뒀다. 국내외 대형 컨퍼런스에서 프로젝트 성공사례로 발표한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10년의 성공적인 커리어 빌드업 후, 국내 유일한 사례를 만들었다. 대기업에서 애자일 전환을 성공시켜, 이를 주도하는 조직을 만들고 성장시켜온 경험이 있었다. 회사 안에서도, 그는 애자일에 관해서는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또한 그는 그의 일과 함께 만들고 가꿔온 사람들을 깊이 사랑했다.
이번에 그에게 온 제안은 매우 새로웠고, 이전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일이었다. 한번의 거절과 장고 끝에 그는 경영진의 제안을 승낙했다. 왜냐하면, 그도 마음 속 깊은 내면에 커다란 욕구를 숨기고 있었다.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소프트웨어 제품을 갖고 싶었다. 남들에게 이렇게 일해야 한다라고 돕는 것 중심의 일에서 벗어나, 직접 해보고 싶었다. 그 동안 주장해왔던 일하는 방법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스스로 만들고 그 방법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 일을 맡게 된 첫 날. 그는 사무실에 혼자 우두커니 않아,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간 3년간 함께 일해온 많은 이들과 작별하고 혼자 타지에 남아 혼자 살아가야하는 법을 배우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낯설은 길을 자처한 것은 아닌지 후회와 자괴감도 들었다. 이러한 복잡한 생각을 조금 한 후 조금씩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무엇이든 해 봐야한다."
회사의 경영진은 존에게 특별한 형태로 업무를 주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모든것들이 짜여진 채로 담당자에게 미션을 준다. 보통 1년전에 계획한 업무의 일부분이 담당자에게 전달되고 정해진 결과물에 대해 정기적으로 리뷰하는 것이 전통적인 대기업의 업무 처리 방식이다. 경험적으로 가장 높은 효율로 낭비를 줄이면서 짜여진 계획에 맞춰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받았다. 회사는 커다란 자유도를 존에게 주었다. 단지, 두 가지의 제약조건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첫번째로, 앞으로 만들 소프트웨어는 기업의 협업을 돕는 제품이어야 했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계열사가 아닌 대외 시장을 타겟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이외 모든 것은 존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동기 #절실함 #도전
회사가 위와 같은 파격적인 형태로 업무를 제안한 이유는 절실함 때문이었다.
오랜 기간동안 회사는 매출을 내기 쉬운 계열사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단기 매출 목표를 채우면서, 규모를 성장시켰다. 이를 통해 단단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냈다. 결과는 환상적이었다. 거의 10년간 매년 12% 이상의 고도 성장을 했다. 대기업이 오랜 기간동안 고도 성장을 한 사례를 만들었다. 당연히 매출로는 국내에서는 변하지 않는 1위였다.
하지만, 반면에 계열사 중심의 비즈니스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내부적인 위기감은 점점 커졌다.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대내시장의 성장은 대외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개발 시도 자체를 위축시켰다. 자연스레 대외 경쟁력은 점점 줄어들었다.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계열사에 맞는 최적화와 보안수준에는 최고의 강점을 지니고 있을지 모르나, 어느순간 서비스의 다양성과 편의 측면에서는 회사 밖 다른 경쟁자들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것들이 되어버렸다.
"만약 계열사 고객들이 갑자기 우리 회사가 아닌 다른 외부회사의 서비스를 선택하면?"
이라는 질문은, 회사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늘 불편함으로 존재했고, 이 불편함은 곧 현실이 되었다. 5년 전 몇몇 계열사들부터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신 외부의 서비스들을 쓰기 시작했다. 외부 인재의 영입이 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외부 출신 인재들에게는 이전 회사에서 일할 때 사용하던 익숙한 툴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글로벌 회사라 스스로 말하는 회사라면 활용하는 툴에 있어서도 글로벌 표준을 지키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시장의 트랜드를 보통 먼저 접하는 고객의 경영진도 이러한 의견에 한 몫을 했다. 입소문(Viral:Virus + Oral)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툴들을 활용하는 것과 외부 회사와의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한다는 사실은 회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데도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그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열린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싶었다. 이러한 경향이 커지면서, 계열사 고객들은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오랜 서비스만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족쇄 같은 것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비즈니스 관계때문에 한번에 외부 툴을 모두 활용할 수는 없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조금씩 조금씩 계열사는 외부와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었다.
가장 괄목할만한 변화는 계열사 중 부가 슬랙(Slack)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였다. 북미, 유럽에 있는 해외법인의 계열사 직원들을 중심으로 슬랙이 없으면 일을 못한다라는 볼멘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최근 계열사 중 한 곳이 몇 천명의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구매했고, 이를 기점으로 사용자 수가 매일 서서히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고객 사용자들은 존의 회사의 서비스와 해외 스타트업 협업 툴들의 서비스 경쟁력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분명 보안과 최적화 부분은 존의 회사 툴이 우수했으나, 타 툴과의 연계 및 사용성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스타트업의 서비스들이 훌륭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징후였다. 회사도 수 년전부터 이 징후들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 스타트업과의 연계를 높이고, 내부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분사를 시켜 규모를 작게 만드는 일도 빈번히 일어났다. 하지만, 회사가 달리면, 그들은 날고 있었다. 세상의 속도는 대기업의 속도보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무엇을 하든 남들을 '주도하는 자'가 아닌 '유행을 좇는 자' 느낌이었다.
최근 경영진이 존에게 제안한 내용은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진실된 회사의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10년 이상 회사를 다닌 존도 회사 내에서 이러한 제안을 받은이가 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심지어 경영진은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그를 만날 때마다 하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줄께. 다만, 정말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