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툴 마림바이야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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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 꾸려지자마자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가장먼저 한 것은 다양한 협업 툴을 탐험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협업 툴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존이 최초 보고 시 활용했던 '화이트보드'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툴은 대부분 사용해보고 강점과 약점을 정리했다.
그중 단연 으뜸은 'MIRO.COM'였다. MIRO는 '미로' 또는 '마이로'라고 발음된다. 미로는 '리얼타임보드'라는 이름으로 2011년 러시아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9년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옮겨 시리즈 B 펀딩을 준비하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2020년 시리즈 B 펀딩에 성공) '미로'는 최초 디자이너들을 위한 툴을 기획했으며, 심지어 9년 전 올린 유튜브 동영상도 훌륭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트위터에서 일하는 존의 친구 룩은 미로가 게임엔진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성능이 뛰어나고 부드러운 사용성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꼭 언급해야 할 툴은 'MURAL.CO'이다. 뮤럴은 '벽화'라는 뜻이다. 뮤럴도 2011년 설립되었다. 이들은 시작부터 여러 사람이 함께 벽화를 그릴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대형 터치스크린에서 손가락을 이용해 퍼실리테이션 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치 서랍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 같은 쉬운 UX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시작부터 유명 퍼실리테이터들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존이 존경하는 애자일 UX 전문가인 제프 패튼도 뮤럴의 전도사이다. 제프는 손으로 그려 퍼실리테이션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름이 났었다. 그가 디지털 툴을 활용하는 것은 업계에서 센세이셔널한 이벤트였다. (미로와 마찬가지로 2020년 시리즈 B 펀딩에 성공)
우리나라에는 2014년 11월 발표한 비캔버스(현재 ALLO로 리브랜딩함)라는 툴이 있었다. 비캔버스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슬라이드를 만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구글 슬라이드는 실시간 협업 시 객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 있는데 반해 비캔버스는 매우 훌륭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견고한 실시간 협업이 매우 강조되어 있다. 그리고 슬라이드 경험 때문에 퍼실리테이터들이 각 단계를 나누어 참여자들을 리딩 하기 쉽다. 예를 들어 '모두 4페이지를 보시면 공감지도가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쉽게 현재 어디를 이야기하려는지 명확하게 알려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미로, 뮤럴보다 기능적으로 부족하나,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자의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리서치 결과도 새로 써보는 여러 협업 툴에 정리했다. 우리는 이 작업을 하며, 그들을 경쟁사라고 부르고 있지도 않았다. 하나같이 배울 점이 많은 훌륭한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성숙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사용자들에게는 이름이 있는 이들을 쓰는 분명한 '아하 모먼트'가 있었다.
우리는 이들로부터의 '다름'이 필요했다. 하지만 너무나 다르면 안 됐다. 다른 협업 툴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사용자들의 일하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나치게 어색하지 않지만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다름'을 필요로 했다. 이 부분은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프로덕트 매니저와 디자이너는 다시 모였다. 16명을 인터뷰한 결과와 데스크 리서치 결과는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봤다. 존은 최초 급하게 정의한 문제와 솔루션도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그리고 걱정이 시작되었다. 이 솔루션으로 '다름'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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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 대상
. 20명 이하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매니저
- 문제
. 대중성: 협업 SW 사용자 10만 회사('17년) --> 100만 회사('27년)
. 성장성: 협업 SW 시장 매년 5.9% 성장,
리모트 최근 3년 근무자 159% 증가
. 긴급성: 다양한 툴을 쓰고 있어 사용 툴을 중간중간 바꿀 때
시간 낭비가 많다.
. 빈 번성: '슬랙'의 경우 지나치게 알림이 많아 불편하다.
- 솔루션
. 실시간 협업 화이트보드 + 비디오 콘퍼런스 + 태스크 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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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심도 있는 토론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원격근무 때문에 구글에서 발생했다던 '사회적 고립'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황당하기도 하지만, 이것에 집중한 이유를 지금에서 곱씹어 보면, 그만큼 '차이'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원격 근무로 발생하는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을 해결할 수 있는 협업 툴이라면 어떨까요?"
대화중 갑자기 존이 말했다.
"아, 좋은 것 같아요. '사회적 고립'이라니, 이건 마케팅 용어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에피가 거들었다. 그 말에 켄이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존, 그 생각은 기발하나, 과연 협업 툴로 우리가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 고립이 생기면 만나서 도와줘야지 디지털 툴로 해결해준다는 것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옆에 있던 키가 말했다.
"꼭 그게 아니라도, 뭔가 흥미로운 요소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다르지 않을까요? 새로운 협업 툴을 만드는데 우리 너무 예전 패러다임에서 머물고 있는 것 같아요."
20분 정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모두가 열정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이를 잠자코 듣고 있던 존은 입을 떼었다.
"하지만, 우리는 시작부터 '다름'을 가져가야 합니다. 솔루션에서 고민한 스위트(Suite)을 구성하는 내용 중에 이와 관계없을 것으로 보이는 '테스트 매니지먼트'를 덜어내고, 우선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잠자코 있던 조가 말했다.
"저랑 애나가 만들 수 있어요. 우선 시나리오를 만들고, 사용자들에게 물어보죠. 사용성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볼께요. 낭비할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시작할게요."
소피는 본능적으로 그다음에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디자이너들이 작업하는 동안 저희들은 이틀 정도 뒤에 사용자 검증 인터뷰를 잡아볼게요. 그렇게 해도 되겠죠?"
"그럼요. 감사합니다."
애나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